[세월호 4주기 특별기획] 2018,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세월호 4주기 특별기획] 2018,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① 잊을만하면 이어지는 대형참사… “컨트롤타워가 없다”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8.04.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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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김성현 기자] 재난 대책에 대한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와 안전불감증이 낳은 최악의 대형참사, 4.16 세월호 사고 4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후 정부와 국민들은 이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를 다짐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대형참사에 취약하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이 대형참사에 취약한, 불안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세월호 사고부터 최근까지의 대형참사를 되짚어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를 진단해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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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악몽의 그 날 4.16 세월호 사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세월호는 이날 오전 급격한 변침(變針) 등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인해 좌현부터 침몰이 시작됐다. 하지만 인명피해를 키운 것은 ‘엉뚱한 교신으로 인한 골든타임 지연’과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해경의 소극적 구조와 정부의 뒷북 대처’ 등이다.

당시 세월호는 안전점검표에 차량 150대·화물 657톤을 실었다고 기재했지만, 실제로 실린 화물은 차량 180대·화물 1157톤에 달했다. 이 같은 과적 화물은 세월호가 급격한 변침으로 복원력을 잃은 핵심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기도 했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아닌 제주 VTS에 최초 신고를 해 골든타임을 허비한 점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또 신고를 받고 사고 해역으로 출동한 해경은 여객선 안에 300명 이상의 승객이 남아있음에도 배 밖으로 탈출했거나 눈에 보이는 선체에 있는 승객들만 구조했을 뿐 세월호 내부로는 진입하지 않는 소극적 구조를 펼친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로 인한 구조작업의 지연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사고 발생 후 즉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세우고 범부처 총괄업무를 시작했으나, 곧 관련 업무를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넘겼다. 하지만 중대본은 사고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여기에 해수부·교육부·해양경찰청 등이 별도의 사고대책본부를 꾸리면서 사고 관련 대책본부만 10여 개에 달하다 정홍원 전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 대책본부로 통합됐지만, 이후 해수부 장관이 대책본부장을 맡게 되는 등 혼란으로 구조작업이 더뎌져 구할 수 있던 인원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혼란 속 구조는 사고가 난 지 8시간 만에 시작됐다. 이 같은 총체적 부실이 최악의 참사를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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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17년 12월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여성들로 건물 2층에 있는 목욕탕에 갇혀 있다 변을 당했다. 

이 사건 또한 수많은 문제점이 낳은 대형참사였다. 불법 증·개축, 소방관들의 늦장 대응, 열악한 소방 장비와 인력, 잠자는 소방 관리 법률, 불법 주정차, 부실한 소방점검 등이 지적됐다. 또 당시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여탕의 비상구 앞은 커다란 수납장이 가로막힌 채 잠겨있어 긴급대피통로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초기 대응의 문제도 있다. 화재 당시 이용객들은 비상구로 탈출했으나 소방대원들은 비상구로 접근하지 않았다. 또 소방대원들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2층 통유리 창문을 통한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불법 주차 차량도 화재를 키웠다. 소방당국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굴절차를 전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건물 외벽을 드라이비트(drivit) 소재로 마감한 것도 화마를 키운 요인이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른 마감재다. 단열효과가 뛰어나고 시공비도 다른 마감재(㎡당 8만원)에 비해 1/4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와 같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시커먼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를 배출해 인체에 치명적이다. 또한 불에 잘 타기에 화재에 취약하다. 

화재 초기 대응 장치의 미작동과 허술한 소방점검도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잠겨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제천 스포츠센터 스프링클러 설비는 작년 7월 20∼31일 소방안전관리자 점검 때나 같은 해 10월 31일 제천소방서가 실시한 소방특별조사에서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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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참사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1월 26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51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화재는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 내부 콘센트용 전기배선에서 합선(절연파괴)으로 발생했다. 당시 대응은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피해가 컸던 이유는 병원 측이 중환자실 등 병실에 규정보다 많은 환자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환자 9명이 숨진 3층 중환자실 면적은 100㎡로 의료법에 따라 10개 병상을 둘 수 있는 규모이지만 세종병원은 2배인 20개 병상을 놓고 환자를 받았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2층 병실도 과밀상태였다. 수술실과 물리치료실인 공간을 병실로 바꿔 39개 병상을 두었는데 강화된 지금 기준으로 보면 14개가 더 많다. 지금은 허용되지 않는 5인 이상 병실도 9곳 있었다. 밀양 세종병원이 과밀로 운영됐고 용도를 병원 측이 임의로 변경하면서 사망 피해가 커졌다.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구멍 난 소방법이 화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상 5층 높이에 한 층의 바닥 면적 394.78㎡인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시설은 시설 바닥 면적 합계 600㎡ 이상 정신의료기관·요양병원, 층수가 11층 이상인 의료기관, 또는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으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의료기관으로 정해져 있다. 

바닥 면적 합계 600㎡ 이하 요양병원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요양병원도 아니고 대형병원도 아닌 세종병원과 같은 규모의 일반병원은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불을 꺼 주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천 참사 이후 수많은 불법과 무관심이 드러났지만 비슷한 참사가 반복된 셈이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세월호부터 세종병원까지의 대형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최악의 참사였지만 여전한 안전불감증은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오히려 줄어야 할 선박안전법 위반 건수는 참사가 있었던 지난 2014년 1168건에서 2016년 266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제천 화재 참사 이후에도 찜질방의 안전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으로 국가안전대진단 합동점검이 실시된 전국 찜질방 1341곳 중 38.4%인 515개소에서 지적사항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9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적사항 대부분은 스프링클러나 피난유도등 주변 적재물 비치로 인한 기기 작동 방행 등으로 현장에서 즉시 시정이 이뤄졌다. 

과태료 부과의 경우 화재 경보 또는 스프링클러의 자동 작동 스위치를 의도적으로 꺼 놓은 경우,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방화문 훼손 상태 방치, 법률상 의무화되어 있는 소방훈련 미실시 등 대부분 소방시설 불량 사항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대형사고에 대해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 나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정부는 각종 재난에 대비한 확실한 컨트롤타워와 대응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예방교육을 수시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