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담보한 ‘주사제 나눠쓰기 관행’ 뿌리 뽑아야
[사설] 생명 담보한 ‘주사제 나눠쓰기 관행’ 뿌리 뽑아야
  • 충남일보
  • 승인 2018.04.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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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것은 병원 측이 감염관리 지침을 어기고 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맞히는 이른바 ‘분주’ 관행 때문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신생아들의 사인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된 데 따른 패혈증으로 결론 내렸다.

간호사들이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 예방 지침을 어기고, 주사제 1병을 여러 환아에게 나눠 맞히는 과정에서 균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1993년 개원 이후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25년간 감염관리 지침을 어기고 분주 관행을 계속 유지해왔다. 2010년 국제인증기준인 ‘처방과 투약의 일치’ 원칙에 따라 지질영양제 처방을 ‘환아 1명당 매일 1병씩’으로 바꾼 뒤에도 이를 간호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찰 수사결과는 의사들이 분주 관행을 만들어놓고 방치한 가운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기본원칙인 감염지침을 지키지 않는 위법 관행이 25년간 계속되면서 갓 태어난 신생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임을 보여준다.

어처구니없는 위법 관행이 최고등급의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지만 관련자 사법처리에 머물면 안 된다.

보건당국은 병원 측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취소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주사제 나눠쓰기 정황이 있는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자율신고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적발된 병원을 강력히 제재해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는 최근 간호사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상습 투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간호사의 마약 투약은 개인의 일탈로 볼 여지도 있지만, 이 병원에서는 의사의 과다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 의혹도 제기돼 병원의 약물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는 이 병원이 환자들에게 의료용 마약류인 졸피뎀을 중복 처방하고 있어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자체감사 결과가 여당 의원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의료인의 마약 투약 등 병원 내 부실한 약물관리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보건당국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마약류 취급자는 사용 내역을 반드시 보고토록 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5월부터 실행되는 만큼 병원에서도 철저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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