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특별기획] 대책없는 교육정책… 생존수영 대란 오나
[세월호 4주기 특별기획] 대책없는 교육정책… 생존수영 대란 오나
정부, 2020년까지 초등학교 전학년 확대… 넘쳐나는 수요에 수영장·인프라 태부족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4.10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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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은 한정돼 있고, 10시간이라는 교육 기간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을 담기란 쉽지 않죠. 그래도 지속한 협의와 평가를 통해 생존 수영 교실이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대전시교육청 관계자)

“큰 기대 안 해요. 그냥 물에 뜨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친구들은 미리 배워와서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처음이라 걱정이에요. 따로 수영을 가르쳐야 할까요.”(학부모)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의 안전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0년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 생존수영 교육을 앞두고 수영장 확보와 수업 질 개선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학생 스스로의 위기대처 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이러한 안전교육 정책이 실질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점검해 본다.

▲2020년까지 전 학년 확대… 수영장은요?

현재 생존수영 교육은 수업과정 중 10시간 이상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돌발상황에 대비해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호흡법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기 상황에 물에 떠 있는 법 등을 체득하며 반드시 필요한 생존교육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교육을 도입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수영장이 부족하다 보니 몇몇 학교가 겹치지 않도록 시간을 조율해 수업을 받고 있다. 수영장은 대부분 일반인과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어 오전과 오후로 나눠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20년까지 초등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이 의무화되지만 이미 수영장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수영장에서 수영복 환복·관리 등을 위한 보조인력은 커녕 체계적으로 가르칠 강사도 부족해 수영교육 기간 교직원들이 동원돼야 할 판이다.

일본은 전체 초등학교 중 90%가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인프라를 함께 갖춘 것이다.


▲ 연간 10시간 수업 기본교육도 어려워

교육부가 배포한 초등학교 수영교육 매뉴얼을 보면 생존수영 12단계, 수영기능 12단계, 인명구조 12단계가 수록돼 있으며, 업드려 떠있기, 누워 떠있기, 생활용품 등 주변시설물을 활용한 구조법,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현재 배정된 시간으로는 기본적인 교육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수영장 강사는 “연간 10시간 밖에 안 되는 수업시간에 생존수영과 영법 두가지 모두를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 실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강, 하천 등에서의 실습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심이 얕은 실내수영장은 교육장소로는 적합하지만 실제 상황과는 환경이 다르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다른 사람의 구조를 도와야 하는 곳은 바다일 경우가 많아 실내수영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공포심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 상황을 가정해 평상복을 입고 수영하는 법을 가르치는 선진국과 달리 수영복·수영모·수경 등을 착용한 채 교육을 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에 대한 평가 방법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전시교육청이 생존수영교육에 참가한 초등학생의 만족도를 조사한결과 80% 이상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질문을 살펴보면, 교육이 유익했나, 강사의 지도에 만족하나, 수영장 시설에 만족하나, 수영장까지의 거리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등 질적 측정만 가능한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대전교육청은 올해부터 그동안 진행해오던 설문조사를 양적 측정이 가능하도록 질문을 구성할 계획이다. 물속에서 눈을 뜰 수 있는지, 잠수가 가능한지, 몇 미터 수영이 가능한지 학생이 교육을 통해 얻은 효과를 구체적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올해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 초등학교 생존수영 교육, 체험으로 그치는 생존 수영교육이 아닌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교육이 수행돼야 한다.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생존수영’ 교육의 취지인 만큼 안전기준을 제대로 갖춘 시설과 수업 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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