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재개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집중할 때
[사설] 6자회담 재개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집중할 때
  • 충남일보
  • 승인 2018.04.09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기꺼이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미국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나라 정보당국 간의 비공식 직접 접촉을 통해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러 번 만났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착실히 진행 중임을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비핵화 의사를 북한이 직접 미국에 밝힌 데 대해 미 언론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회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길을 텄다는 것이다. 지금의 흐름을 잘 관리해 나가길 바란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과 그 프로세스다. 우선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서 논의하겠다는 ‘비핵화’가 미국이 원하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와 동일한 것인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입구는 핵동결로 시작하더라도 출구는 CVID로 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다. 혹여 핵동결 정도로 적당히 넘어가며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이제라도 접는 게 좋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다.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인다면, 미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의 포기를 약속하는 것이다.
초강경파인 존 볼턴 NSC 보좌관 내정자가 그동안 주창해온 북핵 해법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북한과 미국이 각각 CVID 수용과 리비아식 해법 포기를 공개로 약속하면 좋겠다. 북미 간의 성공적 협상을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수순이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기회다. 김 위원장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핵 포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다면, 북미 정상회담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첫 대좌를 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민족의 장래 등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타협에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계기로 6자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얼마 전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에 동의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지만 확실치 않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소외된 일본 측의 희망을 담은 게 아닌가 한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의 최종적 마무리에 유용한 틀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남북, 북미, 남북미, 필요하면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핵심 당사국들 간의 협의에 집중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