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무지의 베일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김원배 칼럼] 무지의 베일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8.04.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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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사회는 늘 분쟁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의 힘을 빌려 해결하

려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는 인류가 지구상에 발을 붙이면서 늘 발생했었던 일이고 그 옛날 부족국가나 씨족국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분쟁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다수 구성원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법이 만들어 졌으며 이러한 법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법으로 패한 사람의 입장에서 억울한 때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때의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당사자들 간에는 화해나 조정으로 인한 기대를 할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적이 되는 먼 관계가 되고 만다.

가능하다면 당사자들이 법으로 가지 않고 내려지는 결정에 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백번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이 법으로 가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법정으로 가서 해결하려 하는 모습에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롤즈는 ‘원초적 입장’이라는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해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여 합리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자 한다.

그러나 타인의 이해관계에는 무관심하여 동정심이나 시기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공평한 합의를 위해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능력, 재능, 가치관 등을 모르고 있다. 롤스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것이라면 정의롭다고 보는, 소위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주장했다.

예를 들면 어떤 가정에 아들이 둘이 있는데 이 아들들이 틈만 나면 크고 작은 이권들로 서로 싸우면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늘 고민했다. 하루는 어머니가 사과 하나를 가지고 두 아들을 불러놓고 이 사과 하나를 둘이 공평하게 나누어 먹을 것을 주문하면서 그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큰 아들에게 이 사과를 둘로 쪼개는 일을 맡길려고 하고, 쪼개진 두 쪽의 사과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은  작은아들에게 주려고 하는데 둘 다 승복하겠느냐고 물어봤다.
두 아들 다 어머니의 제안에 찬성했고 사과 하나를 흡족한 마음으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즉, 큰아들이 사과를 둘로 나눌 때, 어느 쪽이 크게 잘라지면 큰 쪽을 동생이 선택할 것이기에 정성을 들여 똑같은 크기로 사과를 잘랐을 것이고 때문에 동생은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지의 베일’ 이라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떤 일이든지 그 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사전에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한다든지, 자신의 친인척에게 돌아가게 한다면 소외받는 계층이 생기게 되어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집단이 발생하게 되고, 그 일을 집행한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무지의 베일을 지혜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이나 작은 회사를 경열하는 사장이나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두 아들에게 사과하나를 공평하게 나누어 주어 불평을 없게 한 어머니의 지혜를 본받았으면 한다.

큰아들이 사과를 자를 때 어떻게 자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둘째 아들처럼 ‘무지의 베일’을 활용하여 모든 잣대를 법으로 해결하려하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