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이호영 기자] 문화재청은 20일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일명 은진미륵)을 국보로, ‘김정희 필 대팽고회’ 등 19세기 대표적 학자이자 서화가였던 추사(秋史) 김정희의 글씨 3점을 보물로 지정했다.
‘은진미륵(恩津彌勒)’으로 알려진 국보 제323호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論山 灌燭寺 石造彌勒菩薩立像)은 고려 광종(光宗, 재위 949~975)의 명으로 승려 조각장 혜명(慧明)이 주도하여 제작했다. 파격적이고 대범한 미적 감각을 담고 있고 우리나라 불교신앙과 조각사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인정되어 국보로 지정되었다.
보물 제1978호 김정희 필 대팽고회(金正喜 筆 大烹高會)는 작가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철종 7년)에 쓴 만년작(晩年作)으로, 두 폭으로 구성된 예서(隸書) 대련(對鍊)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내용에 걸맞게 꾸밈이 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노(老) 서예가의 인생관(人生觀)과 예술관(藝術觀)이 응축된 만년의 대표작이다.
보물 제1979호 김정희 필 차호호공(金正喜 筆 且呼好共)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대련(對聯) 형식이다. 단정하고 예스러운 필치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희의 학문이 예술과 결합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빠른 붓질로 속도감 있는 효과를 내는 등 운필(運筆)의 멋을 최대한 살려 김정희 서예의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보물 제1980호 김정희 필 침계(金正喜 筆 梣溪)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尹定鉉, 1793~1874)의 호(號)를 쓴 것으로,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이 김정희한테 자신의 호인 ‘침계(梣溪)’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梣)’자가 없으므로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고 한다. 구성과 필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김정희의 학문‧예술‧인품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