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가?
[양형주 칼럼]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4.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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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노인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병원에 머무르는 노인들은 흔히 요양원에 존재하는 세 가지 질병이라고 일컫는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 병원에 새로 입사한 토머스라는 사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병원에 개 두 마리, 고양이 네 마리, 그리고 잉꼬 100마리를 들이기로 하고 배송을 주문했다.

배달원이 먼저 잉꼬 100마리를 배달하고 곧바로 갔다. 그런데 배달원이 다음 일정이 있으니까 바쁘다고 하면서 새장도 없이 1층에 있는 방에 풀어놓고 가 버렸다.

곧이어 고양이가 오고 개가 왔다. 병원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몇 시간 뒤에는 조립되지 않은 새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던 노인들이 새장을 자발적으로 조립했다. 극도로 내성적이라서 말도 하지 않던 할머니가 “내 커피를 잉꼬에게 줘도 되나요?” 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식사도 거부한 채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던 할아버지는 “개를 산책시켜도 되느냐?”면서 침대 밖으로 기어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이 노인들은 자신의 생명을 넘어 다른 생명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어르신들께 처방되던 약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약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60% 이상 줄었고, 사망률도 15%나 감소하게 되었다.

노인의 인생은 그냥 편안히 있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자기를 넘는 더 큰 대의를 추구할 때 의미를 갖고 행복이 찾아온다.

이것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은 한 개인이 얼마나 자신을 내어주는 이타적 행동을 자원하여 하느냐에 달려있다. 정직하고, 너그럽고, 서로를 배려해주고, 따뜻하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면 그만큼 살만한,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거부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랭하고 살벌하고, 이기적인 사회가 된다.

지금 나는 어떤 행복을 추구하는가? 내 이웃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소유를 통한 행복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다. 이제 우리 행복의 근육을 관계로 확장해야 한다. 이럴 때 내가 속한 그곳에서 진정한 마을 공동체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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