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기획-충남도 현안진단] ⑤'고르디우스 매듭'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골머리
[6·13 기획-충남도 현안진단] ⑤'고르디우스 매듭'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골머리
수년간 대책없는 갈등으로 주민 피해 발생
행정조치·예산 확보 등 뚜렷한 계획 협의 중
  • 최솔 기자
  • 승인 2018.04.2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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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강정리 석면재활용공장 전경. [사진=충남넷 갈무리]
청양 강정리 석면재활용공장 전경. [사진=충남넷 갈무리]

[충남일보 최솔 기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종종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잘라 문제를 해결했다는 복잡하게 묶인 매듭이다. 수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강정리 문제는 민선 5·6기 안희정 도정과 시기를 함께 한 대표적인 행정 난맥상 중 하나다.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석면·사문석 폐광산 지역에 건축 폐기물 중간처리 시설이 들어온 것은 지난 2001년. 2010년부터는 (주)보민환경이 이전 업체로부터 사업장을 매입해 운영했다. 업체 측은 폐석면 광산을 파낸 자리에 폐기물을 메워 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1급 발암물질인 석면가루는 먼지가 되어 날렸다. 

문제는 2013년 터졌다. 보민환경 측이 일반 폐기물 매립지 사업 허가를 신청하자 이를 안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주민들은 폐기물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도에 감사를 청구했지만 주민들과 업체, 도와 군 사이 입장이 엇갈리면서 뚜렷한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렀다.

2014년부터 도지사 자문기구로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 건강 문제와 환경 피해였던 쟁점은 관과 업체의 유착 의혹 등으로 변질됐다.

답답한 주민들은 도지사실을 점거해 사태 해결을 위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도는 폐기물 매립건에 대해 '업체 법규위반 여부 확인 조치' 내용의 직무이행 명령을 내렸지만 군은 위임사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했다.

쟁송으로 번지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정리 문제해결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꾸려졌다. 환경단체, 업체, 청양군 등 복잡하게 얽힌 대화·해결 창구를 도와 주민들로 일원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원회는 이진우 청양문화원장을 단장으로 이달주 이장과 주민 3명, 석면 전문가와 변호사, 산지복구 전문가, 도·군 공무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주민 측 요구사항을 도와 청양군에 정책 권고했다. 권고 내용은 앞서 특위가 주장해 온 업체 폐쇄 대신 이전하는 것이다. 또 순환토사를 걷어내지 않고 양질의 토사로 산지를 복구하라는 의견도 담겼다. 특히 업체 이전을 위한 공적 예산 투입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이번 해결안이 마련됐다.

현재 강정리 문제에 대한 행정조치와 예산 확보 등 뚜렷한 계획은 아직 협의 중인 상태다. 

군 관계자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부지 감정평가 의뢰조차 못했다. 다만 업체(보민환경) 측이 이전 의사에 동의하고 새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추경을 통해 예산이 확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사복구 부문에 대해선 주민들과 업체 측이 의견을 조율 중이다. 담당 군 관계자는 "사면 부분 정비를 놓고 주민들과 업체 간 이견이 있다"며 "주중 회의를 열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285호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석면피해 구제법 인정자 2300여 명 중 900여 명이 충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센터가 강정리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석면피해 조사 결과 2011-2015년 석면광산 반경 2km 이내에서 13명의 석면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중 7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강정리 사태는 9부 능선에 이르렀다. 해결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피해도 주민들의 몫이었던 만큼 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차기 충남도지사와 청양군수에게는 행정불신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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