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 지분으로 100%를 지배… 이건 아니다
[사설] 2.5% 지분으로 100%를 지배… 이건 아니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04.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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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조현민 두 딸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도입요구에 따라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앉히겠다고 했다.

이번 갑질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응급조치’로 보인다.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전문경영인체제가 제대로 정착할 것 같지도 않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주주의 대표격인 이사회다. 이 기구가 역량을 갖춘 CEO를 찾아내고, 선임된 경영진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 감시하는 게 정상적인 구조다.

대한항공은 이런 시스템과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이 항공사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4명 중에 2개 자리는 조양호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사장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명 사내이사도 조 회장의 측근으로 봐야 하니 사내이사들은 조 회장과 한몸이나 다름없다.

사외이사들도 견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조 회장이 들어가 있으므로 조 회장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진입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8차례 이사회가 열렸고 32개 안건이 올라왔으나 반대표를 한 번이라도 던진 사외이사는 전혀 없다.

이번에 조 회장은 자신의 최고경영자(CEO)직과 아들 조 사장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유지한 채 그 중간에 측근 1명을 부회장으로 내세워 내부 소통과 화합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하에서 ‘전문경영인’은 총수의 참모 역할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재벌 기업들 대부분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는 데 있다.

작년 5월 1일 기준으로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가 차지하는 주식비중은 2.5%에 불과하다. 소유권으로 따지자면 2.5% 정도만이 그들의 몫이지만 100% 주인인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재벌 기업들은 지분 구조상 더는 총수 일가만의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재벌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와 노력이 필요한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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