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러시아 공사관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러시아 공사관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8.05.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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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아라사공사관에 엄상궁의 가마가 멈추었다. 엉거주춤 썩 곱지못한 두 여인이 가마 밖으로 나섰다. 여장한 고종과 세자였다.
1896년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 숨어들었다. 병신년의 일이었다.

러시아 공사관은 한반도 정동 땅에 있으나 그곳은 러시아 땅이었다. 만 1년을 지내면서 고종은 가베를 처음 만났다고했다. 가베는 커피였다. 얼마전 명성왕후는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고종은 혼돈상태였다. 고종은 아무 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았던 것일까?

러시아 공사관에 숨어드는 순간 이 나라는 무주공산이 된다는 걸 알지 못했던 것일까?

국제관계엔 친구가 없다. 생각이 같으면 함께 걷는 것이고 틀어지면 헤어진 연인처럼 차가워지는 것이 정석이었다.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였다. 서운할 것도 없이 이것이 국제관계의 속성이었다.

왕과 왕자를 보호하고 있었으니 러시아는 서서히 조선에 이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느 새 압록강의 벌목권과 울릉도 벌목권 그리고 절영도가 넘어갔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많은 열강들이 가지고 있는 최혜국 대우권이었다. 쉽게 말해 러시아에 떼어주면 다른 모든 국가에도 떼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얼마 있지도 않은 금광, 은광, 벌목, 철도부설권이 차례로 넘어갔다. 이렇게 조선은 1897년 영혼까지 털리게 되었다.

초단위로 밀고 들어오는 일본의 압박 속에 상투를 틀어잡힌 고종이었다.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리더는 마지막을 정리해야하는 자였다. 두려워도 맞섰어야 했다. 종로거리 어디에서라도.

"이놈들아 나를 밟고 이 나라를 노려라. 나를 먼저 죽여라"라고 부르짖었다면 조선은 함께 일어났을 것이다. 국제정세상 끝내는 식민지배 하에 놓였을 지라도 가치롭고 당당한 역사를 적었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의 '오늘 하루만 살아도 자부심을 지켜가던 힘'이었다.

그러나 고종은 단 한차례도 전면에 서지 않았다. 러시아 공사관으로 숨어들었을 뿐이었다.
임아 그 강을 건너야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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