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별기고] 쏟아지는 마음
[스승의 날 특별기고] 쏟아지는 마음
  • 박성서 대전가원학교 교사
  • 승인 2018.05.15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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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동정하는 순간 선생님들의 특수교육은 실패입니다. 마음을 더 다잡고 더 굳건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십시오. 우리네 마음이 온전히 아이들에게만 쏟아져서 더 바른 모습으로 더 바른 방향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수교사’라는 직업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다. 모든 직업군이 서로에게 그러하겠지만 교사라는 직업군 내에서도 ‘특수교사’는 단어 그대로 ‘특수’하기에 대략적인 직무나 역할이 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특수교사’는 특수교육대상자, 즉 장애아동들을 교육하는 ‘교사’이다. 사회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중에서도 학령기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제공하는 교사다.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일’,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보통의 인식으로 특수교사에게는 좀 더 높은 기준의 도덕적 잣대, 좀 더 높은 기준의 직업적 윤리관을 들이대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성인(聖人) 적 면모와는 정반대로 우리의 교육 현장에는 ‘좋지 않은 일’, ‘착하지 않은 일’이 너무나 많이 벌어진다.

첫 번째 좋지 않은 일과 착하지 않은 일은 ‘우리 아이들’이다. 현재 교사들은 4년간의 사범대학 교육을 통해 많은 교수·학습 방법과 학부모·학생 상담기법, 교과에 대한 지도방법 등을 철저히 교육받고 교사의 자격을 얻는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며, 교육현장에서 써먹어야 하는 기술들이기에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가지의 장애 특성, 중재 방법, 최근의 장애연구 동향, 장애연구 사례 등 개별학생의 장애 특성을 잘 파악하기 위한 교육을 더 받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학생 개별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더 받고 특수교사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의 부단한 노력에도 많은 교사가 어려움을 갖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애의 원인’에 둘 수 있다.

대부분의 장애 원인은 유전적인 요소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말 그대로 유전적인 어떤 한 부분의 결함으로 나타나는 장애이기 때문에 같은 특징을 가진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별적인 특성을 반영한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특수교육 현장은 맞지만 이러한 현장에 적게는 6명에서부터 많게는 10명까지 아이들이 한 교실에 배치돼 있다면 제한된 수업시간 내에 과연 특수교사들은 모든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고려된 특수교육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좋지 않은 일과 착하지 않은 일이 ‘우리 아이들’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은 모든 장애아동에게 개별적인, 특별한 무언가, 착하고 좋은 무언가를 제공해주길 바라지만 우리의 교육 현장은 물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착하고 좋은 무언가를 제공할 수 없는 불가능한 환경이다.

특수교사가 느끼는 수업에서의 정신적 괴리감은 그 어떤 직업군의 스트레스와도 비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좋지 않은 일과 착하지 않은 일은 ‘아이들의 주위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가장 성인(聖人) 적 면모를 요구하는 분들이다.

아이를 낳고 길렀기에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분들이다.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길 원하고 아이가 사랑받길 원해 하는 마음을 가장 절실하게 갖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파서’, 본인의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이성적 판단, 제삼자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는 당연히 같은 마음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마음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 현장은 모든 아이에게 공평해야 하고, 1대1의 교육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

교사들은 모든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온몸을 날려가며 최선을 다하지만,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 역시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은 오롯이 교사에게만 주어진다. 상황의 맥락, 전개는 전혀 판단 받지 않고, 아이들의 생채기만 문제로 불거진다.

교사들의 상처, 트라우마는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우리의 상처, 트라우마가 주목받길 원한다는 유치한 말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개요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길 원할 뿐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이런 상처가 생겨야만 했는지, 아이의 어떤 문제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주길 원할 뿐이다.
글의 제목을 ‘쏟아지는 마음’이라고 정하고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 내가 쏟고 있는 마음이 어디로 쏟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애 아동들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관심을 두고 시작한 나의 마음이 어디로 쏟아지고 있는지,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르겠다.
남들이 쉽게 말하는 좋은 일, 착한 일을 하는 나의 마음이 쏟아져도 될지 모르겠다. 내일 또 아이들 앞에서 온 마음을 쏟아내며 수업을 진행할 나에게, 우리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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