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밥그릇 싸움’
부처님오신날 ‘밥그릇 싸움’
  • 탄탄스님
  • 승인 2018.05.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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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어쩌면 인간 군상들이 살아가는 꼴은 모래밭에 개싸움인 듯,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혹은 조직이나 단체 하물며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에서도 ‘제 밥그릇 챙기기’가 주된 목적인 듯, 패를 가르는 잡음이 시도 때도 없이 도처에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성스러워야 할 종교단체나 집단에서도 불경스런 잡념들이 생성되어, 버리고 베푸는 것이 주된 사명이고 그 가르침임에도 제 것 챙기고, 제 잘나서, 닭벼슬만도 못하다는 벼슬 놀음에 소란과 소요가 쉼 없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종교를 신임하지 아니하는, 종교를 비방은 할지언정 신봉하지 않는 대다수 세인들이 종교의 기능에 의심의 여지를 품을 수밖에도 없어 보인다.

오늘 아침 이덕규라는 시인의 시를 읽으며 불현듯 한 생각이 일어나며 진정성 있는 가르침과 깨우침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을 하고 ‘밥그릇 경전’이라는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깊이 새겨본다.

먹고 사는 일들이 예전에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지만, 세월이 흐를 수록 삶의 현장은 더욱 각박하여진다는 아우성들이 더욱 늘어만 간다.

수일 후면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된 의미와 그 존엄한 가르침에 사뭇 경건하여지지 않을 수 없음은, 나를 버리지 못하고 내 것에만 집착하고 탐닉하는 범부의 삶이 어찌하여 성스러운 삶에 예배는 하고 찬탄하면서도 닮아가지 못하는가에 대한 통절한 자기비판의 의미와 실천하지 못하는 자기위선과 자기기만의 변명이 어쩌면 이 시 한 편이 일깨워 주는 듯하여 여러 지인들에게 소개하여 보는 것이다.

세세생생 만나고 헤어지는 삶을 되풀이하였지만, 금생에 이루어진 소중한 인연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고 진정성을 담아 전하며, 이 아침에 한 편의 시가 전하여 준 작은 일깨움을 나누고자 하여, 두서없이 서두가 길어졌음에 진실로 용서를 빌며, 오늘도 아무런 다툼과 번뇌의 불길에 데이지 마시길 빌어드린다.

이덕규 시인의 ‘밥그릇 경전’의 시 전문을 읽고 종교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자.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 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의 선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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