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케냐 엔케리얀에서 피어나는 희망
[특별기고] 케냐 엔케리얀에서 피어나는 희망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8.05.20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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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직 선생님들로 구성된 교원봉사단 ‘드림하이’와 케냐 엔케리얀 희망학교를 다녀왔다.

나이로비에서 서남쪽 사반나지대인 카지아도 지역에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ADRF)가 2009년부터 지원을 시작한 엔케이얀 희망학교가 있다.

대대로 마사이족의 터전인 이곳은 워낙 광활한 지역인데다 학교가 많지 않아 아주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곳이다.

엔케리얀 희망학교를 운영하는 베두웰은 이곳 마사이족 중에선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희망교실 자원봉사자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베두웰은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ADRF의 직원이 되어 고향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것이 유일한 그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마사이족 어른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목을 하며 이곳저곳 이동하며 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가족과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10㎞가 넘는 거리를 걸어 다녀야만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통학길이 여간 녹록치가 않다.

두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등교시간에 맞추려면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하고, 달과 별빛을 벗 삼아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등하굣길에는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큰 비로 불어난 강물, 야생동물, 사람까지도. 특히 성숙한 소녀들은 안타까운 사고를 많이 당하기도 한다.

교육환경은 열악하지만 교육만이 희망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소녀 센텐얀은 주로 염소를 치며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도와 단 둘이 근근히 살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상 할머니를 홀로 두고 학교에 가겠다고 고집할 수 없었던 센텐얀은 그날도 염소를 돌보다 학교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ADRF는 그런 센텐얀의 마음을 읽고 할머니께 말씀드려 그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설득했다. 할머니는 학교에 다니게 된 손녀의 미래를 위해 휴지를 주워 학비에 보탰다. 소똥과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집에서 매일 밤 작은 불빛에 의지해 열심히 공부하였다. 센텐얀은 고등학교 재학 중 미국 예일대학교의 청소년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지금 엔케리얀 학교는 여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시급하다. 현지 어린 학생들이 조혼으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등하굣길에 당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선 학교안에 기숙사 운영이 꼭 필요하다. 케냐 학생이 미국의 유명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 큰 자랑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케냐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 큰 꿈, 더 많은 희망을 꿈 꾸고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가져준다면 먼 아프리카에서의 꿈과 희망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제2, 제3의 센텐얀이 나올 수 있도록 지구촌 모두가 함께 하길 기대한다.

이두수 (ADRF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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