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조직 내홍,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사설] 검찰조직 내홍,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 충남일보
  • 승인 2018.05.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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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자문단이 수사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검찰 간부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했다. 검찰의 내홍이 일단락될지 주목되지만, 이번 사태는 검찰조직 문화의 실상을 보여줬다.

수사 참여 검사와 수사단이 조직의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을 거명하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수뇌부는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였다’고 반박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표출됐다.

이번 사태는 문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출범 당시 수사기한을 안 정하고 수사과정에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단은 지난 15일 낸 보도자료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하자 문 총장이 자문단을 구성해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라며 영장청구 보류 지휘를 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또 수사외압설에 연루된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등 2명 기소를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고 자문단 심의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총장이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 적법한 지휘권 행사”라고 대검이 해명했지만 문 총장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었다.

일선 검사와 수사단의 행보에 마냥 박수를 보내기도 어렵다. 특히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수사 관계자 의견 등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문 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수사단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소속 검사장 승인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연 것도 검사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 안 검사와 수사단이 제기한 의혹과 주장도 대검의 반박이나 해명에 비춰볼 때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검찰이 상명하복만으로 운영되기는 어렵다. 과거 ‘검사동일체 원칙’은 개별 검사가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제 차원에서 도입됐으나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게 했다는 이유로 2003년 검찰청법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을 유지했다. 검사들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검찰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사정기관이다.

수사와 기소를 두고 일선 검사와 수사팀, 총수가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대외적으로 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의 긍정적 면을 살펴봐야 한다.

사정기관이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남용하면 국민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조직문화 개혁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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