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2시간 근무제 정착 세심한 노력 필요
[사설] 52시간 근무제 정착 세심한 노력 필요
  • 충남일보
  • 승인 2018.06.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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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21년 7월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68시간이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16시간 줄면서 노동자의 삶이나 산업현장의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벨(일·생활 균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7시간)을 크게 웃돈다. 이를 놔두고는 한국이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적 근무관습이 생겨난 것도 장시간 노동 탓이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자살률도 이런 장시간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이다. 잘만 정착되면 노동자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생산성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업현장에서는 걱정도 많다. 어디까지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선도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내놨다. 다양하고 복잡한 업종의 사업장에서 여러 형태의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이 가이드에서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 교육·출장·회식이 노동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혼선을 모두 해소하기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돼 있는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기준으로 사업현장에서 노사가 노동시간 포함 여부를 결정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노동시간인지, 아닌지를 너무 세세하게 지침을 만들면 노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커서라고 한다.

고용부의 입장도 일리는 있다.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특징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노동시간 포함 여부 기준을 정해 놓으면 더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결국,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정 원칙을 기준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되, 갈등이 생기면 고용부에 문의해 유권해석을 받는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노동시간 단축 시 도입될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도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곳곳에 혼선의 소지와 노사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의 앞길은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노사정 이해당사자 모두가 대화하면서 최선의 절충점을 찾아 혼선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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