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사소한 집요함이 가져오는 혁신
[양형주 칼럼] 사소한 집요함이 가져오는 혁신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6.17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일본음식 중 ‘낫토’가 있다. 낫토 포장을 열면 그 안에 두 개의 작은 비닐포장이 나온다.

하나는 간장소스, 다른 하나는 겨자소스다. 낫토 포장을 열고 먹으려면 먼저 낫토 위에 덮인 비닐을 열고, 두 소스의 비닐포장을 각각 개봉하여 낫토 위에 부어 비벼 먹는다.

늘 먹다보면 ‘낫토는 원래 이렇게 먹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미즈칸이라는 신생 낫토 회사는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들의 고민은 ‘왜 낫토는 불편하게 두 개의 포장을 따로따로 뜯어서 섞어 먹어야 하나?’였다. 그래서 2년 동안 이것을 집요하게 연구하여 젤리모양의 소스를 개발했다.

낫토 포장을 열면 젤리소스가 들어있고, 그것을 곧바로 비비면 낫토를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일본 낫토 시장은 사실 레드오션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수백 년 동안 만들던 전통 낫토 회사들이 많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 편리한 젤리 낫토가 ‘아랏벤리 포장낫토’란 이름으로 나오자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출시 6개월 만에 일본 전 인구가 한 사람당 1.5개씩 먹었을 정도로 단숨에 시장 점유율 1등에 등극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정말 사소한 그 하나, 곧 포장소스를 젤리소스로 바꾼 것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우리는 젤리소스를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연구개발한다고 하면, ‘야, 차라리 그냥 있던 대로 비벼 먹어, 무슨 차이가 있다고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미즈칸이란 회사는 이 차이를 상당히 심각한 차이로 보고 이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혁신을 너무 큰 것에서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를 살펴보면, 이는 사람들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소한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때 일어난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별것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많은 것들 속에 엄청난 혁신의 가능성이 숨어있다.      

우리 사회는 최고, 최초, 최대에 관심이 많다. 모두들 여기에 관심을 쏟으니 사회적인 쏠림현상이 심하다. 그러니 선망하는 분야에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이러다 보니 낮은 것, 뒤로 돌아가는 것, 최소한의 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 섬김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섬기는 것은 싫어한다.

하지만 사소해 보여도 놀랍고 혁신을 가져올 것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사소해 보여 지나쳤지만, 정말 집요하게 붙들어볼 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 집요하게 관찰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