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보수의 가치
6.13 지방선거와 보수의 가치
  • 탄탄스님
  • 승인 2018.06.19 12: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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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보수가 오만해지면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의 시대가 온다고 하였던가. 보수를 자처한 자유한국당의 몰락은 많은 논란의 여지를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동안에 보수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과연 올바르고 정직한 보수의 가치를 바르게 실천해 왔는지 묻고 싶은 지경이다. 이 시대는 진정성 있는 보수의 가치가 더욱 절실한 국면이 되었다.

보수의 개념이 무엇인지? 도대체 보수를 제대로 인식하고 보수를 말하며 보수론자인 척해야 설득력이 있음에도 나이만 먹으면 보수여야 하고, 보수가 양반 족보쯤 되는 줄 착각하며, 진보적 가치와 혁신적 논리에는 ‘빨갱이’ 운운하며 죽자고 덤벼드는 한심한 인종들이 부지기수여서 어느 모임에서든 이러한 자들의 맹종으로 낭패를 볼 때가 간혹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덜떨어진 모 정치인의 기품 없는 막말은 연일 화제였다. 좀 튀어서 시작한 정치를 ‘튀는 막말’로 마무리하려는 듯, 그러한 전략으로 정권도 잡을 수 있겠다는 허무맹랑한 계산에서였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접할수록 상스럽고 꼴사나웠다고 해야 할듯하다.

더구나 지방선거 기간 판세는 보수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궤멸 예고와 함께 정계개편 불가피론(論)이 제기되던 형편이었음에도, 지치지 않고 막말을 쏟아 대던 자칭 ‘야권 대장’은 오히려 여당 선거를 막바지까지 도운 반대편 여당 측의 선대위원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며, 여당의 독주보다도 어느 누가 미워서 국민의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조장케 하였을 뿐이다.

보수의 ‘맏형’ 역할을 하며 선거 승리에 전념하고 진지하게 유권자를 설득해야 할 제1야당의 전 당 대표는 궤변을 넘어선 막말과 억지에 가까운 대여(對與) 투쟁으로만 일관하였으니 패배는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또한 대안 야당을 내건 바른미래당 역시 마땅한 차별화 지점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존재감과 활력을 잃어만 가고 있고 국민은 싸늘한 시선으로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확실한 당선 가능 지역이 대구‧경북(TK)으로 좁혀진 지역정당 상태가 되었다. 격전지였던 수도권에서 부산‧울산‧경남(PK)으로 한 차례 조정된 데 이어, PK까지 열세지역으로 판세가 뒤집히면서 코너에 몰리는 형국이었지만, 예상한 대로 한치의 변화 없이 여당의 사상 유래 없는 압승으로 끝난 싱거운 승부였다.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바른미래당의 병세는 위독했다. 경쟁을 해볼 만한 사실상 유일한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시장 선거 역시 불리하게 전개된 이유는 광역 단위 전패(全敗) 관측이 나왔음에도 당권 투쟁에만 몰입하던 작태 들이며, 이렇게 양당의 암울한 전망은 리더십의 부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대표의 ‘위장 평화쇼’ 주장과 같은 여론과 동떨어진 주장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당내의 그 누구도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하였다.

당 대표는 오히려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었던 셈이기 때문에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당 안팎의 요구가 거세지자, 홍 대표는 4일 충북지역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남북관계 발언을 자제해야만 했다.

이렇게 불안한 리더십이 정계개편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의원은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 “홍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양강 구도의 강화, 보수층의 결집, 여기에만 좀 너무 경도돼 있는 것 같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정은이가 후보가 되는 거 아니냐. 뭐 이런 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가 민주당과의 양자구도에 집착한 결과,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분류되는 유권자 대비 10~15% 극우계층에만 호소하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손 위원장은 “우리나라 보수정치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 보수도 좀 새롭게 합리적인 보수로 개혁을 하고. 그런 세력들이 같이 모여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을 하고”라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홍 대표와 한국당을 극우로 밀어내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선전을 이끌어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손 위원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전에 정치적인 제도 개편과 정치의 개혁으로 이루어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손 위원장의 바람대로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되었다. 당의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기 위해선 대안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정강·정책도 없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화학적 결합도 안 되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들을 하였다. 이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조폭 리더십’이라면 바른미래당은 ‘리더십 부재’에 빠져 있다”며 “결국 두 당이 선거를 통해 공멸한 뒤 폐허에서 다시 재건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실상 일치하였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보수는 기품이 있어야 하는데, 이 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자칭 보수’였음 하는 이들은 대부분 실상은 보수하고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는 이들 뿐이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호도하는 ‘파쇼예찬’에 몸살하는 나이를 헛먹은 철부지들이라고 조롱당하는 현실이 안쓰럽다. 이러한 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하여본다.

보수주의라는 명예로운 전통과 신중함과 겸손한 태도를 갖고 질서·자유를 해치는 자들과 맞서 미 新보수주의 바탕이 된 책,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이다.

보수가 지금처럼 깊은 수렁에 빠진 시절은 없었다. 정치인이든 지식인이든 이른바 보수엔 뚜렷한 비전도 성찰도 보이지 않는다.

1950년대의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급진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가 정의인 것처럼 시대를 풍미했다. 보수주의는 경멸 대상이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은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란 말은 낙후한 사람이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라는 뜻”(1953년 8월 2일)이라고 썼다.

소설가이자 정치 비평가인 러셀 커크(1918~1994)는 이런 흐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건강한 보수주의 전통의 회복을 주장한다. 커크는 “보수주의란 명예롭고 지성적으로 존경받을 만하며 미국 전통의 핵심을 이룬다”고 설파했다.

1953년 책이 출간된 후 이 서른다섯 살 젊은 지식인은 일약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다. 30여 년 후 7차 개정판(1986년)을 낼 즈음 미국의 보수는 ‘사상 재무장’을 통해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서 “본질적 개념과 영원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여 미국의 보수가 부활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진보와 맞서는 이데올로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이 아니다. 보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지 않는다. 보수는 인간 사회를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선동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운다. 보수는 열정만으로 '지상 낙원'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적 열정 때문에 ‘지상 지옥’이 만들어진다.

히틀러나 스탈린은 변혁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끝내 전체주의 독재라는 민얼굴을 드러냈다. 인간 사회란 한번에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커크는 말한다. “보수주의자는 무장한 교리와 이념의 통제에 저항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는 질서·정의·자유를 훼손하려는 자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그러므로 공익에 사익을 얹거나 부패와 손을 잡는 이들은 보수가 아니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젠 낭인이 되어 한가해진 이들이 꼭 일독하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진정한 보수의 기치가 다시 서길 바라는 충심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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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8-06-19 19:45:07
민주당은 개헌을 위해, 야당의원을 끌어오거나, 합당을 진행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했던것 처럼 대통령에게 엎혀가려다가는 둘다 넘어진다. 야당의원들이 합당이나, 영입에 비협조적이라면, 그것 자체를 이슈화시켜야 한다. 개헌 200석을 채우려 하였으나, '수구적인 의원 누구'들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고. 국민을 납득시켜야한다.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개헌선을 확보한다면. 그게 바로 정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