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은 경제관점에서 어떤 현상으로 이해가 될까?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은 국민 여동생 수지를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린 영화다. 건축학과에 다니는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 때 알게 된 음대생 서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정릉에 사는 두 사람은 숙제를 같이 하면서 친해진다. 건축학개론 숙제를 빙자해 여기저기 여행 같은 데이트를 하고, 잠들어 있는 서연에게 입맞춤까지 할 만큼 승민은 서연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도 없지만 서연의 마음은 더더욱 알 길이 없다. 15년이 흐른 뒤, 의사와 살다가 이혼한 서연은 제주도에 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지어달라며 승민을 찾아온다. 같이 일하는 건축가 후배와 결혼해서 미국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던 승민은 15년 전 첫 사랑의 등장에 심경이 복잡해지지만, 예정된 결혼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당신은 누군가의 첫 사랑 이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누구를 사랑하는 감정을 갖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첫 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을 위해 하여야 할 방법과 행동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서연을 만난 승민은 “왜 날 찾아 온 거야?”라고 묻지만, 서연은 “그냥 궁금했어. 지금은 어떤지...”라고 말한다. 승민을 다시 만난 서연의 네가 나의 첫 사랑이었다는 고백은 그것이 인생에서의 최고의 사랑이었다는 고백과 마찬가지였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큰 이익은 여느 사람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보다는,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하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선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이해하게 되면, 왜 결혼 적령기에 결혼도 하지 않을 상대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자식을 부모가 걱정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을 이해하게 되면, 왜 아무리 오랫동안 사귄 애인도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결혼을 해서는 안 되는지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쏟아 부은 나의 감정과 열정은, 헤어지자니 세월이 아깝고 계속 만나자니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으면 그 결혼은 접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그 사람을 위해 쓴 돈과 시간, 그리고 감정과 눈물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삶을 그 사람과 함께해서 과연 행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은 내게 다섯 명의 누이가 부담된다며 떠난 내 첫 사랑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