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칼럼] 국무회의가 검찰 길들이는 곳인가
[월요 칼럼] 국무회의가 검찰 길들이는 곳인가
  • 김학원 의원 【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의장 】
  • 승인 2007.03.1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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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압박이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이유사건과 연루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검찰 내에 청와대를 조지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국가 기강의 문제가 아니냐”며 검찰을 비판했다. 뒤 이어 국무위원도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무회의에서 제이유사건 수사팀의 ‘지방 좌천’을 새삼 거론하며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 성토의 백미는 두말할 나위 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관과 비서실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검찰을 비판하는 가운데 대통령은 “검찰이 대통령을 겨냥해도 좋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하라. 이 정도로 끝내자. 괘씸죄로 다루지는 않겠다”며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법무부장관과 검찰관계자들의 등골이 오싹해지도록 말이다.
이날 오후 여성·아동·청소년 분야의 업무보고시간에도 “정부 밖에는 언론, 정부 안에는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라며 검찰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사실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난해 12월 27일에도 검찰을 언론, 재계와 함께 “3대 특권집단”이라고 깎아내리며 우리 사회의 비뚤어지고 잘못된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검찰 압박은 명분만 개혁일 뿐 실제로는 임기 말 권력누수를 방지하고, 검찰이 권력주변 비리를 파헤치는 것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이 정권은 야당에서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는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권과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잦아지는 임기 말에 “대통령 겨냥”같은 민감한 단어를 써가며 검찰을 비판하는 것이 검찰 옥죄기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정권 초기에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특히 국정을 논하는 신성한 국무회의를 검찰에 대한 성토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지난 1월에도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언론에 대한 비판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헌법 제88조 제1항은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가의 주요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를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있겠는가.
결국 이날 국무회의장에서의 집중적인 검찰 성토로 대통령이 의도한대로 권력형 비리는 감싸면서 검찰의 군기는 확실히 잡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의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를 검찰을 길들이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민생문제 해결에는 아랑곳없이 국무회의가 검찰이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정치의 장이 될수록 국민들의 절망은 깊어만 진다. 어찌하여 이 정권은 국민들의 바람과는 다른 길로만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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