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기초푸드뱅크 정옥선 대표 “봉사요? 자부심보다 책임감이 더 커요”
천안기초푸드뱅크 정옥선 대표 “봉사요? 자부심보다 책임감이 더 커요”
쉬는 시간도 반납하고 저소득층에 ‘나눔 실천’
  • 김형태 기자
  • 승인 2018.07.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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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선 (사)천안기초푸드뱅크 나눔운동본부 대표(왼쪽) 봉사 모습./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정옥선 (사)천안기초푸드뱅크 나눔운동본부 대표(왼쪽) 봉사 모습. / 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무더운 여름날씨로 팍팍한 충남 천안시 구룡동 천안기초푸드뱅크 앞마당은 저소득층에 배분되는 각종 지원 물품을 그득 쌓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을 잡아끌었다.

19일 오후 1시 천안기초푸드뱅크 정옥선(사회복지사) 대표와 직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은 오후 잠깐 틈나는 쉬는 시간도 미뤄놓고 한 자리에 모여 자원봉사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똑같은 봉사 복장을 챙겨 각종 물품 앞에서 타국,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 대상자들을 반갑게 '하하 호호' 맞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랑의 식품을 이웃에게...천안기초푸드뱅크 나눔운동’ 플랜카드가 마당 한 켠 창고 위에 크게 걸려 있고 정옥선 대표는 “물품 체크 해주세요” “각 봉사자께서는 봉사 조끼 갖춰 입으시고 배정된 자리로 가주세요”라며 전체 현황을 점검해 나갔다.

한 어르신이 지급품을 받는 내내 봉사자들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로 인사하고 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한 어르신이 지급품을 받는 내내 봉사자들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로 인사하고 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천안을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 종합건설사를 운영 중인 봉사자 김상한 대표는 길게 늘어선 수급자들 가방에서 식품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꼼꼼히 넣어주며 짬짬이 기자에게 봉사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 대표의 훈훈한 마음에 순번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대표는 “오늘 봉사가 처음도 아닌데 참여 때마다 기분이 남다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이렇게 함께 있으니 사회에 속해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늘 있다”고 말했다.

상시근무인원은 4명에 불과하고 일의 적지 않은 분량을 봉사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들을 알고 있는 봉사자들은 주어진 시간에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준비한 것을 건네주고 옮기는 등 일을 분담해 막바지까지 총력을 기울였다. 각 물품별로 배분 속도차이가 발생할 때면 서로를 돌아보며 행여 지칠세라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주기도 한다.

“썬크림 헤어팩이에요” “어머니 이거 바르시면 피부에도 좋고 햇빛에 덜 타셔요” 일일이 설명하는 모습이 전혀 벅차 보이지 않았다. 1000여명 정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힘들만도 할 텐데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 기력이 부족해 보이는 듯 한 어르신이 힘겹게 가방을 들고 있다. 이런 경우 봉사자들이 나서서 도움을 드린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붐비는 사람들 속에 기력이 부족해 보이는 듯 한 어르신이 힘겹게 가방을 들고 있다. 이런 경우 봉사자들이 나서서 도움을 드린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때론 이동수단이나 담아갈 용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오시는 분도 계셔서 봉사자들이 옮겨줄 때도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봉사자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럴 경우 손이 더 부족하게 돼 이런 날 봉사 마친 후는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이마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안 된다.”

정 대표 설명에 따르면 자원봉사는 늘 하던 분들만 참여하고 있다. O2린(주류회사), 충남어린이집원장모임, 시민경찰, 천사랑 나눔이랑(봉사단체), 건물 바로 옆 하늘샘교회 장로 두 분, 성정동 소재 은광교회 목사, 그리고 김상한 대표와 같은 기업체 사장님 몇몇까지 총 59명이 4개조로 구송돼 순번을 돌며 봉사를 돕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력 부족뿐이 아니다. 천안시 서북구로 배정된 분들이 이곳(천안기초푸드뱅크) 물품 지급 숫자와 월등한 품질 때문에 수급 장소 이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칠 수 없어 필요한 물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실 지원비는 현실과 많이 달라 곤란에 처한 상태다.

천안시에 이곳과 같은 사단법인 단체가 4곳이고 시에서 지원하는 1억3000만원으로 나눠서 지급하고 있다. 마켓으로 분류된 곳은 5000만원 이상이 지원되고 특정한 날을 정해 지급하는 곳은 3000만원에 못 미치거나 이 정도 수준이다.

식료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폭염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된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단체를 찾아 걸음을 내딛는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식료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폭염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된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단체를 찾아 걸음을 내딛는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정 대표는 “시에 호소도 해봤다. 지원금을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 인정되면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 때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마켓처럼 처음 물품을 채운 후 빠져나가는 숫자만 추가하는 곳이든 구분이 없다”면서 “실적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 상향시키니 늘 사람이 붐비는 이곳은 물품 확보에 인력에 허덕임이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천안시 인구 절반 수준인 아산시는 지원금이 2억 2000만원이 배정돼 있는데 천안은 그렇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고 해당 공무원들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니 하소연으로 현실에 맞는 지원을 요청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울컥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곳 천안기초푸드뱅크를 찾는 사람들은 배정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봉사를 해줄 사람들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과 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할 물품 확보 비용 등 천안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실에 맞는 시 지원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이야기했다.

정 대표는 곰두리, 나눔플러스, 좋은씨앗, 반석교회, 하나뱅크, 청담하늘채요양원 등을 언급하고 특히 요양원 경우 하반신 마비자 100명분이 매일 지급되고 있고 가끔 두 번 받아 가시는 분이 있는데 예방 차원에서 비표를 드려도 또 오신다. 이런 경우 난감하지만 어려운 분들이라 뭐라 할 수는 없다면서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을 위한 자부심 만큼이나 책임감도 더욱 크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시 관계자는 "이곳 사정을 들어 인지한 상태"라며 "실 상황 점검이 선행돼야 하고 개선할 부분은 조치되도록 살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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