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중고제' 조명 첫 학술대회 연다
'판소리 중고제' 조명 첫 학술대회 연다
진흥회, 10일 오후2시 충남대 인문대회의실서 위상과 실상 다뤄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8.08.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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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홍석원 기자] 충청도 판소리의 정체성을 찾고 역사의 복원을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회(회장 사재동 충남대명예교수)는 7일 판소리 중고제의 위상과 실상을 학술적 조명을 위한 첫 학술대회를 1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회의실 444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최되는 제1회 학술대회는 현재 충청지역에서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고제’ 판소리에 대한 학술적 조명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어문연구학회,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회(이하 진흥회), 조승래 국회의원이 주최한다.

진흥회가 학술대회를 여는 가장 큰 목적은 중고제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정작‘중고제’라는 것이 무엇이며, 역사‧지역‧문화‧음악적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는 미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지역의 ‘중고제’는 판소리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리 문화와 춤, 산조, 민속 등 문화전반에 걸쳐 있어서 중고제로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

이에 따라 진흥회에서는 중고제의 맥을 잇기 위해 소리문화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연구기반을 마련하고, 연구자와 실기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할 수 있도록 연간 1회 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첫 사업으로 ‘중고제의 위상과 실상’을 점검하고 중고제의 특성을 밝히는 학술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중고제 관련 국내 최고의 문학과 음악분야 학자들이 모여 판소리 중고제와 중고제 산조에 대해 발표하고 함께 토론이 펼쳐진다.

특별히 조승래 국회의원은 전통문화와 대전,충청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참여한다.

이날 토론회는 사재동 회장의 판소리 중고제의 재조명 기조발표 후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진다.

‘김창룡 심청가 곽씨부인 대목 고찰’, ‘심상건 가야금 산조’, ‘이동백 적벽가의 전승과 현대적 계승’을 주제로 신은주(전북대), 김진경(서울대), 최혜진(목원대)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김태희(서울대), 박소현(영남대), 홍순일(목포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지난 5월 17일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유현당에서 제1회 중고제소리 연창회 모습
지난 5월 17일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유현당에서 제1회 중고제소리 연창회 모습

아래는 판소리 중고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최혜진 교수의 '충청지역 판소리 문화유적 현황 연구' 기고문이다.

충청도, 더 정확히 충남은 판소리 중고제의 전승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19세기에 판소리가 본격적으로 예술화의 길을 걸으면서 송흥록을 중심으로 재편된 판소리는 육자배기토리권에서 강한 전승력을 가지게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까지만 하더라도 심정순, 이동백, 김창룡 등 기라성 같은 명창들이 전국 판소리의 판을 흔들며 인기를 누렸다. 이들이 부르던 판소리를 지금 우리는 ‘중고제’라 부른다.

중고제는 근대 시기에 존재하던 판소리의 한 유파로 인식이 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한 어정쩡한 옛소리 정도로 개념화되어 왔다. 여러 가지 문제의 소지는 있으나, ‘중고제’가 가진 애매하고 모호한 개념 때문에 현대에는 무용이나, 병창, 민요에도 중고제라는 이름이 쓰이기도 한다. 그것은 중고제가 경기나 충청도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소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중고제의 개념부터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애초 중고제가 판소리의 동편, 서편에 대하여 생겨난 이름이니, 그것은 판소리 유파적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중고제가 갖는 특유의 판소리적 음악과 사설, 창법 등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고제는 역사적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판소리 생성기의 모습은 매우 단순, 고졸, 소박하였을 것인데, 이에 비해 중고제는 고조와 신조의 중간쯤 위치한 19세기-20세기 초의 판소리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고제는 지역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경기 충청에 전해져 내려오던 판소리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중에서도 충남지역을 핵심으로 하면서 경기권과 전북권에 영향을 미쳤다. 경토리와는 구분되는 충청지역만의 음악 어법이 있다는 점에서 ‘충청도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 연구과제이다.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중고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충청지역에 19세기-20세 초 전승되던 판소리의 한 유파’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정확히는 염계달, 김성옥 명창 이전 시기의 판소리는 ‘고제’라고 해야한다. 그러나 현재는 역사적 개념을 제거하고, 경기, 충청지역에 전승되던 판소리의 한 유파로 개념이 넓어지고 있으며, 경기도보다는 충청도 지역에 밀접히 연관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청도 판소리를 대개 ‘중고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중고제의 전승이 활발했던 시기 이전, 즉 ‘고제’시대의 판소리 역시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충남 지역은 판소리의 발생지역이자 훌륭한 판소리 문화를 꽃피웠던 곳으로 다시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 광대의 효시인 최선달(결성), 하한담(목천)은 물론 염계달(덕산), 고수관(서산), 김성옥 일가(논산) 등 초기 판소리 명창으로 지목되는 이들이 충남 지역과 긴밀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중고제와는 별도로 정춘풍, 유공렬로 이어지는 동편제의 또다른 모태를 가지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순조24년(1824)의 갑신완문 <등장팔도재인>에 광대들의 전국적 조직에 있어 충청도 재인이 그 조직체를 통할하는 도산주, 도대방의 소임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 지방 재인들의 위치가 그만큼 중추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곧 전국 조직을 통할하는 본부가 충남지역에 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이 자연적으로 광대들의 집산 중심지 내지 판소리의 중심지역이었음을 실증해주는 바라고 하겠다.

따라서 판소리의 역사, 특히 초기 판소리의 역사에 충남지역은 매우 중요한 터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판소리적 위상과 문화유적이 발굴되고 조명되어야 판소리의 역사가 제대로 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고제의 위축과 소멸로 판소리 유적은 매우 산발적이고 파편적으로 발굴되어 왔다. 그간 다행히 각 지역의 향토사학자들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명창들이 조망되고 있어,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판소리 문화의 다양한 흐름을 연구하고 판소리 발생기 충청도 판소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고제 전반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고 기초 현장 조사 역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충청지역의 판소리의 위상과 판소리사의 복원을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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