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아파트 가격 떨어져도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김창현 칼럼] 아파트 가격 떨어져도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8.09.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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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7억 원을 넘었다는 보도가 올 초에 나왔다.

그 이후에도 ‘뜨거운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파트가격은 태연하게 오른다.

소위 비정상적 아파트 가격 상승은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참여정부를 5년 내내 괴롭혔던 문제 역시 아파트 가격이었다.

아파트 가격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뚜렷하게 상승했으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겨우 진정되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아파트 가격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서 매년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고, 나중에 일부 위헌판결을 받아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반시장(anti-market)’ 정책이라는 비판이 자자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했고, 공급확대 대책을 고심하며,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와 여당이 아파트가격을 잡겠다고 연일 규제방안을 수립하는 모습이 부동산 매입 대기자에게는 ‘사라’는 신호이다.

가격상승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가격이 잡히겠구나’라는 신호라기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겠구나’라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금과 너무도 닮았던 2000년대 부동산 광풍을 잡은 것은 종합부동산세가 아니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상승 역시 2008년 이후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성에 빚지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부동산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정설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은 좋은 것일까?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7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일반 직장인이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아파트가격의 하락은 아파트 하나 밖에 가지지 못한 많은 중산층의 하나 밖에 없는 자산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그 원성이 다 어디로 갈지도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 가격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똑 떨어진다면, 그것은 우리 경제가 파탄이 왔다는 신호이다. 일본의 20년 불황의 시작은 90년대 초 부동산 버블붕괴였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도 우리는 불행해진다.

“빚내서 집사지 마라”는 낭언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지금 내심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필자는 당시 입에 거품을 물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 실거주용 집은 무조건 하나 사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빚내서 집사지 마라”는 조언을 했던 사람들의 입김으로 좌지우지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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