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여성 자폐 발병률 낮은 원인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 여성 자폐 발병률 낮은 원인 찾았다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8.09.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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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의 차이에 따른 행동학적 실험 모식도와 결과 그래프.[사진=IBS 제공]
성별의 차이에 따른 행동학적 실험 모식도와 결과 그래프.[사진=IBS 제공]

[충남일보 김성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이 여성의 자폐증 발병률이 더 낮은 원인을 밝혀냈다고 12일 밝혔다.

자폐증은 대표적인 사회성 발달 장애 증상이다. 자폐증 환자는 전세계 인구의 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성 자폐증 환자는 여성 자폐증 환자보다 4배 이상 많다.
 
이같은 성별 간 차이는 인종, 지역, 의료 수준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이지만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성 염색체나 성 호르몬을 원인으로 설명하려했으나 연구의 진전은 더뎠다. 대부분 연구의 실험동물도 수컷 생쥐가 대상이라 성별 간 차이를 비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자폐증 발병에 있어 성별 간 차이를 설명하는 가설은 다양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 는 자폐증 발병에 있어 여성에게 유전자 차원의 방어 효과가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자폐증과 관련된 변이들이 축적됨에 따라 남성은 특정 시점에 자폐증이 발병하지만 여성의 경우, 훨씬 더 심각한 변이가 축적되어야만 발병하기 때문에 시점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다. 
 
IBS 연구진은 여성 방어 효과 가설에 주목해 성별 간 차이 연구를 설계했다. 분자적 수준에서부터 행동학적 수준까지 다각도의 분석을 위해선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연구진은 자폐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CHD8 유전자를 생쥐에게 도입해 실험군을 만들었다.
 
먼저 뉴런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CHD8 유전자 돌연변이 수컷 생쥐에서는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 변화로 흥분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되었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정상적인 행동이 관찰되었으며 억제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되었다.
 
행동의 차이도 나타났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는 정상적인 수치에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어미와 분리된 상황에 놓이자 새끼 생쥐는 초음파 영역의 울음 빈도가 높아졌다. 청소년기 생쥐의 경우 어미를 찾는 행동이 증가됨을 관찰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털을 정리하는 행위(self-grooming)를 반복했다. 
 
이어 RNA 분석을 수행해 성별 간 나타나는 유전체적 차이를 살펴본 결과, 수컷 돌연변이보다 암컷 돌연변이의 뇌에서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암컷 돌연변이가 CHD8 유전자 변이에 대응하는 방어기작으로서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 결과로 분석되었다. 유전자들은 세포외기질에서 뉴런을 구조적으로 지지하며 기능을 발현하도록 도와주거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들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HD8 변이로 인한 자폐증 발달을 막는 특이적인 변화가 암컷에게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 자폐증 환자들에서 관찰된 유전자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 생쥐와 암컷 돌연변이 생쥐는 상반된 양상이 나타났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에선 CHD8 변이로 인한 유전자들이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려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CHD8 변이에 대응해 특이적 유전자들을 발현을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균형 시스템이 지켜져 정상적 행동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은 “우리가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 관찰한 방어 기작은 자폐증의 발병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그간 선별적으로 수행되던 성별 간 발병률 차이 연구 분야를 선도할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Nature Neuroscience, IF=19.912, DOI: 10.1038/s41593-018-0208-z)에 8월 14일자(한국시간)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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