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흔드는 대학사회의 위기
대한민국 흔드는 대학사회의 위기
  • 탄탄스님
  • 승인 2018.09.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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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현대 한국사회에서의 대학은 일종의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느껴지는 것은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함에도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전무할뿐더러, 생업을 위한 취업을 넘어 산업·경제·문화·예술·마을·공동체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끈끈하게 연계될 수 있는 학문과 지역의 상생관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대학의 기능이 접입가경 더욱 위기를 가속화하고 동떨어져가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부패를 일소하여야 할테지만, 특히 더욱 심각한 교육계와 대학사회의 구조적 부패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눈감고 귀닫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정권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조어가 유행한지도 이미 꽤 여러날이며, 사회 각 분야에서 오래도록 만연된 부패구조와 부정을 일소하기위한 제도적 장치와 혁신적인 조치들이 난무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변화된 세상을 향하여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준할 뿐이다.

특히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며 갈 길은 멀고도 한참 멀기만하다.

대학 사회의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크게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데,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절벽’이라는 사회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주체인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그야말로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상당수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엄청난 현실을 눈앞에 두고있으며,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사회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더구나 대학이 학생 개인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더욱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에서 점점 더욱 심화되고 있는 보수화다.

사학재단의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과 문화 콘텐츠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하여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못하고 중요한 사안에는 뒤처지고 변화와 대응에도 뒤처지는 곳이 대학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대학사회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평가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으로 이어져야 조금이라도 대학의 문제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하여 이 시점에서 간략히 그 대안을 수박 겉핱기식으로나마 제시하여 본다.

대학 붕괴의 원인은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의 관계가 천편일률적으로 고립화되고 파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대학공동체의 붕괴이다. 이는 2000년대를 전후하여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사회에 까지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 학생과 교수, 직원이 대학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량과 역할을 파악하여 상생의 길보다 ‘각자도생’의 길로 매진한 결과이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으며, 교수는 평가와 연봉제에만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렇게 몰락한 대학에 대안은 없는 것인가? 우선 당장 시급한 대학공동체의 복원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많은 분야에서 일자리가 소멸되고 취업, 취직,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없다.

대학공동체에 진입하는 학생들과 교수와 직원이 더불어 대학사회를 일종의 공동체적 마인드로 만들어가며 지역학을 개설하고 혁신적인 대학의 프로젝트를 개발한다면 이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진행은 일자리 부족으로 시름에 젖은 청년세대에게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이미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경험을 수 년 동안 대학에서 접할 수 있으면 훗날은 소중한 경험이되고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전임교원에 비하여 저비용의, 고용불안인 시간 강사에게도 일정한 비용지불과 고용관계 안정이 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공동체는 학문영역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리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대학임에도 현재는 사회적 시스템은 방치한 채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다.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학은 지역사회를 이해하거나 지역에 기여하는 문화를 창출하지 않고 독립적으로만 존재하여왔다. 대학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에만 기여 하였을 뿐, 지역과 깊은 연대를 맺거나 관계를 맺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어떠하더라도 대학이 지역사회를 외면하고도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학과 지역은 상호연대의 필요성이 절박하다. 지역사회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어떻게 하면 대학의 고급자원이 지역 사회의 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보아야 한다. 대학 역시 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을 넘어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였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감이 적지 않았다.

제반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성과주의와 대학 이기주의 등이 맞물려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협력과 연계는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의 행정시스템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의 수립이 절실하다. 돌파구 없는 대학사회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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