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회담과 ‘갑질, 평양냉면’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회담과 ‘갑질, 평양냉면’
  • 탄탄스님
  • 승인 2018.09.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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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예전에 성북구 미아리고개의 ‘이오서점’이라는 작은 동네서점 주인의 친절은 수십 년이 흘렀어도 항상 잊히지 않는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절에 돈암동, 청계천 등의 고서점을 드나들고 정릉의 허름한 헌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세상이 온통 너무도 무료하여져서인지 가끔 해본 미친짓거리로 개인적인 심심함을 달래보려고 당시에도 인기 있던 탤런트 박원숙이며, 전설의 가수 심수봉의 자택 전화번호를 어찌 수소문하여 일방적으로 수차례 통화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참으로 한결 같이도 당대에 유명한 연예인이었지만 기품이 있고 친절하고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대하여주는 깊은 산중에 자비로운 고승처럼 자상하게도 진로와 인생에 대하여 친절하게 받아 주고 내면의 고민을 상담하여 주었던지. 세상물정 별로 아는 바 없이, 모르는 것 투성이의 그 어린것에게 도 귀찮아하지도 않고 세상의 이치와 흐름을 잘도 일러 주었더랬다.

유현목 영화감독,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공옥진 여사 등 유명인사들과의 우연인 듯 필연인 듯한 만남에서도 그들은 늘 겸손하였고 친절하였던 기억이 있다. 겁 없이 덤벼들듯 뜬금없는 전화질에도 통화를 불편해 하지 않고 귀찮아하거나 불쾌한 기색 없이 조언을 해주며 인생에 대하여 금과옥조 같은 귀한 말씀을 일러 주신 그 인생의 대 선배들의 고귀한 가르침들이 지금도 선연하기만 하다.

그들과 몇 마디 주고받으며 세상 두려움 없었던 대단히 조숙하고 고뇌에 찬 청춘은 막걸리와 문학에 빠져 학교 수업을 빠지고는 의정부 장암동이라는 곳에서 천상병 시인을 조우하고 문학을 묻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청주의 대형 병원에 입원한 화단의 대가인 운보 김기창과는 필담으로 예술과 섹스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였던 치기어린 젊은 날들이 있었다.

오늘의 명사들이며 성공하였다는 인사들은 이렇게 돈키호테 같고 치기어린 철부지 아이를, 가상한 호기심과 젊은 놈들의 열정을 이해하려 들지도 않을 테지만, 만권의 서적보다 많은 깨우침을 일러 주던 그 지난날 명사들의 자상한 인생의 카운셀링이며 어드바이스는 살아오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열정적인 젊은이의 용기백배한 무모한 전화질에 응대하여줄 깊이 있는 명사는 이제 우리 시대에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이 땅에서 힘을 지닌, 또는 명성을 가진 사람들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나 행동을 가리킬 때 두 개의 단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가 있으니 ‘갑질’이라는 유행어이다.

‘Gap(갑·甲)’은 계약에서 첫 번째 당사자를 제시하는 단어로 이제는 우월한 상태를 나타낸다. ‘∼jil(∼질)’은 특정 행동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접미사이다.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갑질’을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이렇게 설명하고 덧붙인다.

“최근에 경제를 지배하는 부유한 엘리트 권력이 한국 사회의 직업 문화, 계층적 특성과 결합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가 갑질 사건은 날이 갈 수 록 일반 민초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안겨 주고있다.”

대한항공 30대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로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와중에 미국의 바버라 부시 여사의 소식은 갑질문화에 찌들은 한국 사회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남편과 아들을 ‘지구 최고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그녀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한 영부인이었다고 하는데 늘 가짜 진주목걸이가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수수한 이웃집 할머니의 모습으로 문맹퇴치와 여성 권리증진에 힘썼다. 물론 대한항공 일가의 입장에서는 감히 부시 여사와 비교하는 걸 마뜩지 않게 느낄 수 있겠지만.

뉴욕타임스는 갑질을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라고 한다. 권력을 세습한 나이어린 조 전무와 달리 부시 여사는 겸손하고 사치스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갑 중에 지상 최고의 갑인 왕족을 비교해보면 어떨는지. 온갖 기행으로 오죽하면 악동이라 불리었지만 이제는 영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해리 왕자, 굳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이나 자선단체 센테베일의 공동 창립 등을 얘기할 필요 없이 구글에서 해리 왕자 이미지를 검색해 보면 답은 명쾌하게 나온다.

어린 아이나 휠체어를 탄 상이군인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으며, 외신들은 자선사업을 하던 모친 다이애나비에게서 배운 것이 행동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30대 재벌 상속녀가 회의 도중에 광고대행사의 간부에게 물을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어 단어 그대로 ‘재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어 사전인 옥스퍼드 사전에도 올라 있는 단어가 되었다. ‘거대한 가족 소유 기업’ 이라는 설명과 함께, 갑질은 부와 권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학습이 만든다고 본다.

조 전무는 어머니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과 폭행을 빼닮았다고 하는데, 재벌가 갑질이 계속 터질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인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chaebol(재벌)’과 함께 기록되어있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해 ‘재벌’이라는 단어에 대해 ‘돈, 권력, 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 재벌 특유의 특권 의식에 대해 다루기도 하였다.

옥스퍼드 사전에 올라있는 또 다른 우리말이, ‘김치kimchi’인데, ‘매운 양념을 한 한국의 야채절임’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온돌ondol’도 또한 실려 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우리 민족 특유의 독특한 것들은 우리말 표기 그대로 실려 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사회를 정의하는 상징적인 단어들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 신문에 소개되곤 하는데 ‘재벌’이나 ‘갑질’이 소개되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또한, 최근에 영어로 등장하기 시작한 유명한 한국어가 있으니 ‘평양냉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직접 챙긴 만큼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북한 스타일의 차가운 면 요리’라고 소개한 언론도 있었지만, ‘평양냉면’을 그대로 소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각국 정상과 글로벌 리더들의 응원 속에 성공적으로 끝나고 평화 분위기가 기대되면서, ‘평양냉면’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분단’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어쩌면 ‘김치’나 ‘온돌’, 또는 ‘재벌’처럼 고유의 한국어로 영어사전에 오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국가든지 국가의 국력이 커지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도 위상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갑질’ 같은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인 의미의 한국어들로 세상에 알려지기를 고대하며 갑질에 희생당하는 을이며 병들의 더 나아가 이 땅의 을도 병도 아닌 정으로라도 살아가야하는 민초들의 애처로운 일상에 동정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천문학적 부를 지닌 재벌이든 사회적 명사든 권력자이든 그 어느 누구든지 명성을 얻고 일가를 이룬 이 후에는 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하여져서 베풀고 친절해지려는 자세를 지닐 때만이 더욱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부부가 우리 대통령 부부께 예우를 갖추어 환대하여 주고 청명한 백두산 천지에서 친절하게 전설을 설명해주는 매스컴에서의 모습을 보며 최고의 존엄도 그의 아내도, 인민에게 갑질 보다는 애민의 마음을 지니고 권좌에서 검소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연출할 때 더욱 우러러 보게 되는 것임을 다시 일깨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단어가 이젠 통일과 민족, 그리고 화해와 번영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며, 이를 한가위 달을 보며 기원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