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대행서비스·음식 품앗이…달라지는 추석풍경
차례상 대행서비스·음식 품앗이…달라지는 추석풍경
격식보다 가족 행복... 음식 각자 만들어오고
차례상 대행, 간편하고 가성비 좋아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9.24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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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전 세트 (사진=G마켓 제공)
모듬전 세트 (사진=G마켓 제공)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1. 큰며느리인 이모(53) 씨는 몇 년 전부터 명절 나기가 수월해졌다. 모두 한 집에 모여 차례 음식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음식을 각자 준비해 명절 당일 모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각자 메뉴를 정해서 만들어오는 만큼 해야 할 일도 줄었다”며 “명절 때마다 음식 만들기에 지쳐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동서들과 대화 나눌 시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2. 자영업을 하는 김모(42) 씨의 가족은 최근 가족회의를 열고 올해 추석부터 차례 음식을 전문 대행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명절 전날까지 영업하는 사업 특성상 매번 손아래 동서에게 차례 음식을 맡겨 걱정하던 김 씨는 한 시름 놓게 됐다. 김 씨는 “정성껏 직접 준비해 차례를 지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온 가족이 걱정이나 불만 없이 즐겁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배달된 음식을 데워 차례상에 올리기만 하면 돼 편리하고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 음식을 장만하던 과거와 달리 음식을 각자 챙겨와 나누는 가정이 늘고 있다. 차례라는 것이 본래 조상을 기리는 날이지만, 추석 등 명절의 의미가 차례를 지내는 전통보다 가족 단위로 친목을 도모하거나 얼굴을 보는 날로 명절 풍경이 바뀌는 모습이다.

또 각자 형편에 맞게 차례상을 차려서 온 가족이 즐겁게 추석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추석 차례상도 대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주문형 차례상은 전문업체가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모두 만들어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주문자는 배달된 음식을 데워 차례상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종류도 전통적 예법만 따지기보다 가족이 즐기는 음식 위주로 간편하게 장만한다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달라지는 풍습이다. 예로부터 차례상에 기본적으로 오르는 음식은 대추, 밤, 감, 배, 사과, 포도, 전, 명태포, 조기, 시금치, 도라지, 콩나물, 고사리, 숙주나물, 문어, 오징어, 탕, 떡 등이다.

하지만 요즘 주부들은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바나나, 망고, 키위 같은 외국 과일들로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피자, 치킨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

대형마트의 가정간편식 제품들도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별도로 마련된 냉동 명절 음식 코너에는 모둠전과 오색전등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산적·전·부침류와 함께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국·탕류의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며, 식구가 많지 않거나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이처럼 명절 풍속이 달라지면서 명절마다 시가에서 차례 음식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던 며느리들은 대환영이다. 또 아들들은 힘들어하는 아내 모습을 보지 않아 한결 마음이 놓인다.

세대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갈등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격식보다는 차례가 끝나고 가족이 모여 차례 음식을 먹으며 복을 나누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면서 추석 명절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슈퍼 추석맞이 큰상세트(사진=롯데슈퍼 제공)
롯데슈퍼 추석맞이 큰상세트(사진=롯데슈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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