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이에게
[양형주 칼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이에게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9.30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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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는 책 중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앓는 20대 후반의 한 직장 여성이 정신과 전문의와 12주간 나눈 상담을 엮은 내용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나는 어떠할까에 골몰하며 비교하며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20대 후반 여성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책이 출간 두 달 만에 15만 부라는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이유는 그만큼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며 힘들어 하지만, 자신을 내보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자기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요즈음 서서히 시들하고 있다. 가입률과 함께 이용시간이 함께 감소하는 추세다.

전에는 가상공간을 통해 지인들과 연결되어 좋아했는데, 온라인에 서로 멋진 모습과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다 보니 도리어 자신의 힘든 현실이 더 우울해지며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SNS에 들어가 보면 힘들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서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던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여주니 여기에 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것이다.

세상에 자기 혼자만 힘들고 외롭고 고독하고 고통받으며 살면서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끙끙거려 왔는데 이랬던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내면의 고독과 어둠, 그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향은 우리 사회에 비혼, 만혼, 이혼, 고령화로 인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가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시대의 경쟁력은 자랑과 비교우위가 아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그동안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공감, 위로, 격려와 따스함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나의 내면에는 얼마나 많은 따스함이 있는가? 얼마나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가? 얼마나 자주 타인을 격려하며 위로하는가?

이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오늘날의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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