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가사노동 가치 현실에 반영돼야
[사설] 여성 가사노동 가치 현실에 반영돼야
  • 충남일보
  • 승인 2018.10.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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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2014년 기준으로 연간 361조 원으로 계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액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24%에 이른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1만 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의 2배가량이 된다. 무급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은 주로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 전체가 1년간 수행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272조 원으로 남성들이 행한 무급 가사노동 가치(88조 원)의 3배를 웃돌았다. 가사노동은 청소, 음식준비, 자녀 돌보기 등을 말한다.

한국의 통계청이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유엔(UN)은 이미 1985년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 계정과 경제통계 등에 반영돼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프랑스, 핀란드, 스위스, 영국, 일본 등 20개 국가가 이미 이런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발전기본법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평가돼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니 이번 통계청의 발표는 늦은 감이 있다.

뒤늦었더라도 통계청의 이번 통계 발표는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통계청은 GDP 증가율의 세밀한 산정이나 복지정책의 평가와 수립에 이런 통계가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런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환영할만하다.

가사노동은 힘이 들고 지혜를 동원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그동안 한국에서는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가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가정 내 남녀평등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고 가부장적 문화를 강화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남편의 가사분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가사노동 가치가 제대로 인식된다면 직장과 사회에서도 여성의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민주적인 공동체로 한 걸음 나가는 계기가 된다.

주부가 교통사고 등을 당했을 경우 객관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경로로 여성들의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통계청은 가사노동 가치의 통계를 좀 더 세밀하게 진화시켜야 한다. 정부는 이런 통계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스며들어 잘 활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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