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 무상교육 순차적 시행이 순리다
[사설] 고교 무상교육 순차적 시행이 순리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0.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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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실현하겠다”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0년 1학년부터 도입해 2022년 까지 전면 확대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긴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의무교육의 확대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또 교육부가 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말 발표한 학부모 대상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86.6%가 무상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답한 것만 봐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을 서둘러 실시할 경우 졸속 추진될 것 같아 벌서부터 걱정이 앞선다. 1년 앞당겨 시행할 정책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실시할 것인지 등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관련 정책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재원 확보 방안도 불투명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을 전제로 계산했는데 첫해에 6579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재원 확보 방안으로 현재 20.27%인 내국세 교부금율 인상하는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막연히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의 개정안은 국회 통과를 하려면 유 장관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의 고교 무상교육 조기 도입을 꺼낸 것이 자신의 임기와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구심마져 받고 있다.

교육 수장은 수능 평가방식이나 학교폭력 등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오해의 소지도 높다. 때문에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교육 수장이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꺼내든 경솔한 태도에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정책이든 시행 전에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현실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추진해도 모자랄 판이데 준비 조차 않된 상태에서 말을 앞세우는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고교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비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때문에 1개 학년에만 적용해도 연간 66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3개 학년을 동시에 시행하려면 연간 2조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려면 예산 지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고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순서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인데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포함해서 국회가 수정·심의하려면 시간도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유 부총리가 2020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성과에 집착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제주가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한 것에 자극을 받아 서두른다면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 이런 변수 때문에 휘둘리지 안을까 걱정스럽다. 과속은 금물이다. 특히 교육은 백년대계여야 할 정책이 정치쇼 식은 바람직하지 않아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순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