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관계 과속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남북 관계 과속하지 말아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0.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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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 강한 톤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은 이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내연하던 한·미 간 불협화음이 표면화되는 듯해 이번 사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답 과정에서 ‘5·24 제재조치’ 해제를 거론한 뒤 나온 언급이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인 5·24조치 해제를 강 장관이 언급하자 국내는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나서 불만을 표출할 정도로 번졌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도 거세지자 강 장관은 “범 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사과”하고 말을 주워 담았다.

외교부도 즉시 자료를 내고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찰떡 공조를 강조하던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려는 한국과 미국의 인식 차이에서 엇박자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한미 간에 모든 정책이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어 이견을 빚을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실천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음에도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 등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데 불만일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넘어 백두산 관광 얘기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 급한 것 같다.

미국 입장은 확고하다. 비핵화가 선행돼야 대북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거다. 남한만 예외를 인정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수순이 중요하다. 남북 관계는 한 발짝씩 한발짝식 진전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여건이 조성될 때를 대비해 독자 해제 준비는 하되 서두르지 말라는 얘기다. 대북 제재 해제는 비핵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뒤 검토해도 늦지 않다.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에 욕심을 내다 모처럼 맞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쳐서도 절대 안 된다. 

비핵화 협상은 최악의 경우 정치 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군사 합의는 즉각 우리 안보 대비 태세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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