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술이 원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김원배 칼럼] 술이 원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8.10.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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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릴 때 생활했었던 시골마을에 술주정이 심한 이웃어른이 계셨다. 평소엔 참으로 점잖고 말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술만 마시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술주정을 부렸다.

해서 이웃 어른들이나 가족들은 술이 원수라는 말을 하면서 술이 깨기를 기다리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린마음에 왜 저렇게 술을 마셔야 할까 이해하기 힘들었다. 저렇게 술을 마시면 몸이 많이 아프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술과 건강에 관한 국제보고서 2018’를 발표했는데 2015-2017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10.2L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중국사람들이 독주를 많이 마시고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술을 훨씬 많이 마실거란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중국 사람들의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7.2L로 우리보다 훨씬 적었고 일본사람들은 8.0L로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는 적게 마셨지만 중국사람 보다는 많이 마신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음주량은 생명과도 연계가 있어 우리나라 남자 12%가 술 때문에 죽었다고 이 보고서는 보고하고 있다.

독주를 마시기로 유명한 러시아는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독주를 많이 마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여성들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이야기를 1990년대 말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관광 가이드로부터 들었는데, 그런 러시아도 2000년대에 들어와 정부에서 강력한 음주단속정책 때문에 음주량이 줄어들고 있다 한다.

음주는 개인들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기분이 좋거나 아니면 기분이 나쁠 때 하게 된다. 아니면 직장이나 각종 행사 때 단체로 마시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야 어떠하든 음주는 적당한 양을 마시게 되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대화도 원만하게 진행되지만 과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별 것도 아닌 일로 다투면서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술은 어른들 앞에서 배워야 한다며 자녀들의 음주교육을 예의바르게 그리고 자세가 허트러지지 않게 교육시키곤 하였다.

또 WHO의 발표에 의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술로 인한 사망자의 비중은 우리나라 38.5% 중국 35.1%, 일본 32.7%로 인접국들보다 우리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일본 0.03% 중국 0.02%보다 높아 더 엄격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술은 소량으로 가족들과 함께 반주정도는 좋겠지만 폭주를 한다거나 중독자처럼 거의 매일 마시면서 몸을 혹사시키면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불행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적당하게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술이 원수가 아니라 술이 건강의 보조재가 될 수 있도록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WHO에서 발표한 한국남자 12%가 술 때문에 죽는다는 불명예를 하루빨리 씻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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