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미술관] 윙크하지 말아요- 최북 초상화
[에뜨랑제의 SNS미술관] 윙크하지 말아요- 최북 초상화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8.10.16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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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김기옥 사유담 이사] 타고난 재주가 하늘을 훔쳐서 화가는 그림으로 이름이났다. 입소문은 또다른 소문이 되어 부르는 이도 많았다. 금강산도 공짜로 따라가 그림을 그렸고 그 좋다는 단양팔경도 돈을 받으며  맘껏 그렸다.

빡빡하게 살 것도 없이 적당히 잘 살았다. 도화서 따위 들어가지 않아도 먹는걱정은 안했다. 손을 대면 못그려낼 그림이 없었다. 전문분야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맘만 먹으면 그려냈다.

그이름은 최식, 다시 이름하여 최북이 되었다. 그 이름도 별로였는지 북녁 북자를 北 파자하여 최칠칠匕匕이라 불러달라 말하고 낙관도 최칠칠로 파서 찍었다.

산수화를 잘 그려서 최산수로 불렸고 메추라기를 잘 그려서 최메추라기라고도 불렸다. 나는 최북의  토끼그림을 제일 먼저 봤었는데 거칠게 검은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잠시후엔 껑충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최토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뭐든 잘 그린 화가였다고 보는게 맞다.

세상 제 하고 싶은대로 살던 화가는 호를 호생관이라 했는데 붓으로 먹고 사는 화가라는 뜻이었다. 충분히 먹고도 남았을 게다. 하루에 5~6되의 술을 마셨다는데  지금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11리터다. 그렇게 먹고, 살아서 걸어다닌 것이 신기했다.

칠칠이는 성격 한번 똑 부러졌다. 어디 소속된 화가가 아니었으니 하고싶지않은 일은 안했다. 그래서 꼴베기 싫은 양반이 그림을 그려달라하자 제 눈을 송곳으로 찔러 안보여서 못그린다고 쭉 뻗어 누웠다. 감히 누가 우리 칠칠이를 강제로 시킨다는 말인가?

그렇게 윙크한 초상화는 이런 사연때문이었다.
최북이 눈을 찔렀다고 귀를 자른 고흐에게 비유하는데 그건 아니다.

제 심정표현이 어려워 귀를 잘라 센 척했던 고흐에게 천하의 최북을 비교해선 안된다. 내가 고흐를 많이 아끼지만 그러는 건 아니다. 최북은 고흐처럼 심신이 불한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한 사람이었다. 천상 예술가였고 그림에 살고 그림에 죽는 장쾌한 화가였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인 척 해봐야 대번에 들통난다. 큰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산이 높으면 알아서 우러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북을 미켈란젤로라 말해주고 싶다. 사회성이라고는 일절 없는 천재화가. 제 뜻대로 안되면 상대가 누구든 맞짱 떠버리는 그 배포를 보면 하룻강아지라 불려도 범도 찢어발길 두 사람이었다. 재주가 그 정도면 까칠함은 구색이었다.

금강산 구룡폭포를 내려다보며 명인은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고 뛰어내렸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그렇게 그리고도 술값으로 다 내주고 가진 것 하나없이 떠돌다가 49살 이른 나이에 떠나갔다.

열흘을 굶다가 그림 하나 겨우 팔고 그 돈으로 밥은 안 사먹고 술을 진탕마셨다. 그렇게 한없이 웃더니 눈송이가 솜이불인 것처럼 눈쌓인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얼어죽었다.
최칠칠이다운 마지막이었다.

eddeurangje2378 #남이 나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나를 저버리는구나!" #최북 #사유담 #칠칠이 #그림영의정#너가제일잘나가 #그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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