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만 원'에 유치원생 생명 건 대전시교육청
'4400만 원'에 유치원생 생명 건 대전시교육청
안전띠 의무화 불구 공립유치원 통학버스 카시트 설치 등 무대책
버스 임대사업자 자진 설치 난색... 내년도 예산지원 계획도 없어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10.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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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지난달 말 경찰이 6세 미만 영유아의 '카시트 착용' 의무화 단속을 잠정유예했지만 학교현장은 혼스럽기만하다. 과태료 부과를 안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안전까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9월부터 모든 차량 탑승자는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 통학 차량에는 ‘유아보호장구’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정된 법에는 영·유아(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인 경우 유아보호용 장구(카시트)를 장착하고 안전띠를 매야 하며, 어린이용 안전띠는 어린이나 영·유아의 신체구조에 따라 적합하게 조절되는 장치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이 29일 만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단속보다는 계도에 주력하겠다는 이유로 6세 미만 영유아 '카시트 착용' 단속을 잠정 유예하기는 했지만, 만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특히 대전지역의 모든 공립 유치원은 통학버스를 임대차량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어린이용 안전띠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등원과 하원을 제외하고는 통학버스 이용을 기피하면서 학습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전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지난달 현장체험학습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통학 차량에 어린이용 안전띠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통학차량을 계약할 때 어린이용 안전띠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라고 하지만, 업체들이 영업난을 이유로 설치를 꺼려해 운영비도 적은 상황에서 이 금액에 계약하려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통학차량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어린이용 안전띠 설치비라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전지역에는 총 12개 공립유치원에서 12대의 어린이 통학차량이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유치원에서 직영으로 통학 차량을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시교육청이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직영보다는 임대 차량 임차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통학 차량 운영예산으로 총 4억 4400만 원을 투입했다. 각 유치원에 차량 1대 당 35인승 3600만 원, 45인승 4200만 원씩을 임대비용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에 기존 임대비용 외에 따로 지원예산 편성은 커녕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세종시교육청은 이미 올해 상반기 17개 학교에 개당 10만 원씩 총 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카시트 설치를 완료했다.  

대전 12개 공립 유치원 통학차량에 설치해야 할 카시트는 승차정원 기준 440개로, 세종시를 기준으로 하면 총 소요비용은 4400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대전시교육청의 안이한 대응에 어린 유치원생들의 안전과 생명이 담보잡힌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 교원들은 어린이 통학버스 문제는 유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교육 당국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또다른 공립 유치원 원장은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장치의 중요성은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또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에서 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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