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유치원 고질적 비리, 국공립 확대해야
[사설] 사립유치원 고질적 비리, 국공립 확대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8.10.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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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오히려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

한유총은 ‘세금도둑’ 운운하며 공금횡령·유용으로 징계받은 교육부 공무원을 전수조사하고 실명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당국이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하자 일종의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와 연관 지어 실명을 공개하라 말라 할 일은 아니다.

교육 당국은 2013~2017년 유치원 감사결과를 조만간 실명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비리신고가 들어간 유치원 등 문제 유치원에 대해 종합감사도 시행한다.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는 19일 문을 열었다. 회계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는 문제도 논의 중이다.

당국은 오는 25일에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한유총은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아니다.

이는 한유총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교비를 교육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해도 형법상 횡령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유치원 설립부터 운영까지 개인 돈이 들어가므로 교비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유치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누리과정 예산 명목으로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세금 2조원이 사용처가 명시되지 않는 지원금 성격이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

학부모에게 유치원 선택권이 없는 게 큰 문제다. 수적으로 절대 부족한 국공립유치원은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추첨을 통해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조건이 좋은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기 유치원은 추첨 전날부터 부모들이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설사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낼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집단휴원이라도 한다고 위협하면 맞벌이 부부로서는 눈앞이 캄캄하다.

올해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이 25.5%이니 유치원생 4명 중 1명 정도만 국공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고, 정부도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신설을 추진하지만,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국공립유치원 설립이 어렵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실효성 있는 국공립유치원 증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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