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다 (You are not forgotten)
[양형주 칼럼]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다 (You are not forgotten)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10.21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27일,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는 미군 의장대와 병사들이 수송기 한 대를 긴장 가운데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수송기는 북한 원산의 갈마 비행장을 출발해서 돌아오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 유해 55구를 북한으로부터 되돌려 받아 송환하는 비행기였다.

 미국과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하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때 북한이 제일 먼저 했던 조치 중 하나가 바로 미군의 전사자 유해를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미군은 전 세계 어디에 흩어져 있든지 반드시 자국의 실종된 군사의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하는데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는 아예 실종자를 확인하는 사령부가 있을 정도다. 몇 년 전에도 미군의 합동 포로, 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 요원들이 한 달 일정으로 한국 땅을 밟았었다.

이들은 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야산 기슭에 머물며 흙을 파고 채질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 지역은 1951년 6월, 한국군과 유엔군이 중국 공산군의 공격을 대항해서 다시 북진할 때 맞닥뜨렸던 격전지다.

미군은 미 9군단 예하의 7사단과 24사단이 싸웠다. 이때 워낙 전쟁이 격렬해서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 한 사람이 자기 부친께서 서너 구의 미군 유해를 산기슭에 묻어주셨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것을 미군 측에 제보했다.

이 제보를 검토하고, 예비조사를 한 후에 미국에서는 발굴조사단 요원을 파견한 것이다. 이들은 여기서 부러진 미국제 만년필, 탄피, 그리고 탄환 몇 발, 그리고 2개의 뼛조각을 발견했다.

이런 유품들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JAPC본부로 보내져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신원확인 과정을 거친다.

미군의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는 전사자 발굴 작업을 위해서 박사급 전문인력 30명을 포함해서 18개의 발굴팀, 6개의 조사팀 등 모두 440명의 인원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이 이토록 전사자를 찾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군과 국민들에게 ‘조국은 결코 전사자를 잊지 않고, 반드시 그의 유해까지 찾아온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이 작업하는 작업장에는 JAPC깃발을 꽂고 활동한다.

이 깃발에는 영어로 이렇게 적혀있다. 전쟁포로, 실종자, You are not forgotten! 무슨 말인가? 직역하면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다. 조국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혹시 주변에 잊혀져가는 소중한 사람들은 없는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꼭 기억해주고 마음을 전해주어야 할 이가 없는가?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 동시에 기억의 계절이다. 정말 기억해야 할 사람을 기억하고 소중한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가을이다. 서서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려 한다.

주변에 잊혀져 홀로 외로워 신음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