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미술관] 보고 싶은 대로 보겠다 - 청자투각연화동자문주자
[에뜨랑제의 SNS미술관] 보고 싶은 대로 보겠다 - 청자투각연화동자문주자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8.10.2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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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기 그지없는 주전자가 국립박물관에 놓여있습니다. 어디하나 상하지 않은 그 엄청난 주전자는 태만 고운것이 아니라 맑은 하늘빛을 두르고있습니다. 
주전자는 투각으로 파내어 덩굴식물이 굽이쳐 조각되어있어 실감납니다. 청자가 할 수 있는 모든기법을 쏟아부은 청자였습니다. 동그란 몸체에 한쪽에는 손잡이가 달리고 반대쪽에는 주둥이가 달렸습니다. 
다른 주전자에비해 키가작은 몸체에 어울리는 알맞게 곡선미 뛰어난 손잡이와 주둥이 입니다. 
여기에 드물게도 승반이 완벽하게 남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흘러내리는 주둥이의 액체 흔적들을 받아내기도하고 차가워진 차를 다시 데워주기도하는 승반입니다. 보통 귀한 주자를 만들때에는 당연이 한몸이지만 긴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기도하고 또 팔릴때 나뉘어 팔리기도합니다.

용케도 남아 연꽃을 활짝 피우고있습니다.너무나 활짝피어 밤이면 꽃잎이 한잎씩 떨어질것같습니다. 
뚱뚱하다 느낄만큼 풍만한 몸체는 구멍을 뚫어 장식했으니 물을 담지못합니다. 그러나 물을 담지 못하면 주자라했겠습니까? 투각한 안쪽으로 다시 내합이 있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염려마십시오. 
여기서 하일라이트는 주전자 뚜껑입니다. 아무리 뚫어지게봐도 잘 안보입니다. 사람같기는한데 설마 사람이겠어요? 
귀차니즘으로 살아온 나는 궁금해서 참을수가없어 망원랜즈급을 달고 발물관에 가서 당겨보았습니다. 
보이시나요? 신선입니다. 눈,코, 입도 선명합니다. 머리를 반묶음하여 뒷통수에 상투를 틀고 리본으로 묶었습니다. 그 긴 리본은 바람에 날려 엉켜지며 고리가 되었습니다. 그 고리는 손잡이의 또다른 고리와 함께 비단끈으로 묶어 뚜껑이 떨어져 깨지는 불상사를 막을겁니다. 
어떻게 신선의 얼굴과 긴 끈과 머리카락을 휘날릴 생각을 했을까요? 거의 1년을 신기해하고 감동했던 저였습니다. 
그러다 그만 국립박물관 설명판을 처음보았네요. 세상에나. . . 

신선이 아니라 선재동자가 복숭아를 들고있는 모습입니다. 안타깝게도 머리 부분이 날아가 버린 아쉬운 작품입니다. 상투가 아니라 소담스럽게 담은 복숭아랍니다. 단하나 일치하는건 긴 끈입니다. 다만 머리 리본이 아니라 넉넉히 천을 써서 만든 옷자락의 긴 허리끈이라는것은 다릅니다. 
그냥 신선이었으면 좋았을걸. . . 너무 흥분해서 정상부가 깨진것도 못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몸체에도 덩굴을 잡고 동자들이 7명이나있습니다. 그렇다면 댓구를 맞추려 뚜껑에도 선재동자가 서있는게 맞을겁니다.

괜히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중앙에 안모시고 어쩌면 스쳐지날 한쪽 구석에 모셨던 것이었군요. 깨진 청자니까요. 
그래도 나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신선의 바람에 날리는 머리와 리본을 발견한 날의 감동을 말입니다. 
아. . . 그러나 아닌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나는 보이는대로 믿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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