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완성차-부품업계 부진 악순환 끊어야
[사설] 완성차-부품업계 부진 악순환 끊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8.10.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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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산업을 떠받치는 부품업계가 정부에 3조 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도 덩달아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과 매출 하락으로 적자 업체들이 늘자 금융권이 이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신규대출은 물론 만기연장도 꺼리고 있다고 한다. 한때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의 뒷심이었던 부품업계가 고사 직전 상황이다. 정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부품업계 위기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상장 부품업체 89개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8.6%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0.9%로 2.8% 포인트나 감소했다. 거의 절반인 42개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 중 28개사는 올해 적자로 전환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지난 6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이원솔루텍 등 3개사가 최근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차 협력업체로 고무부품을 공급하던 에나인더스트리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 7월 부도가 났다.

부품업계 위기의 출발점은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진이다. 올해 1∼9월 국내 자동차 생산은 290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8.4% 줄었다. 수출이 176만 대로 9.3%, 내수가 112만대(국산차 기준)대로 3.6% 감소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진은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부진, 원화 강세와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런 실적 부진을 개선할 수 없고 결국 우리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2016년 말 기준 제조업 생산의 13.9%, 제조업 종사자의 1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 벼랑 끝에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시급히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시련을 맞을 수 있다.

완성차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고비용 저생산성 구조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15.2%(2016년 기준)로 글로벌 경쟁업체인 도요타(7.8%), 폴크스바겐(9.5%)에 비해 크게 높다.

반면 1인당 생산성은 이들 업체에 한참 뒤진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현대차 매출이 24조 원, 영업이익이 8183억 원(KB증권)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닝쇼크다. 이런 영업이익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정부가 고사 위기의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완성차 업계의 고비용 구조 개선과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한 부품업계의 경쟁력 확보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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