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로또’로 통하는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라
[충남시론] ‘로또’로 통하는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라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10.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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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두 군대에 간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리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제가 국민들에게 원칙으로 자리잡혀 있다.

그 가운데 세금은 한 나라, 공동체의 핵심적 문제다. 세금을 통해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세금을 통해서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3정문란’(군정, 전정, 환정의 3대 문란)은 다름 아닌 세금의 문제였고 불평등의 문제였다.

조선은 이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수천건의 민란 끝에 망했다. 그래서 세금은 한 나라 흥망성쇠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후 70년 내내 몇 가지 평등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구약성경에도 히브리어로 ‘가나브’란 말이 있는데 도둑질이라는 뜻이다. 구약성경에만 36번 등장한다. 유대 율범의 근간인 십계명에도 ‘도둑질 하지 말라’는 여덟 번째 계명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지은 최초의 죄는 바로 ‘도둑질’이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의 본질은 죄의식 없이 국민 세금을 멋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벌어질 수 있었을까? 2조원의 국가 지원금이 내 돈이 아니라 국민 돈이라는 도덕적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써버린 일부 사립 유치원의 비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강력한 유치원 비리근절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사립 유치원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 당국이나 정치권이 충분히 인지했던 사안이지만 제대로 된 처방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잘못였다.

한 해 2조원 넘는 돈을 세금으로 지원 받아 기가 막힌 방법으로 혈세를 함부로 썼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국정감사를 통해 처음 공개됐지만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국고 지원을 받으면서 감사 조차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원금을 더 늘려달라고 했다. 투명한 회계시스템도 없는데 지원을 늘려 줄 국민이 어디 있겠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교육과 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다. 시도 교육청 책임자들은 ‘직을 건다’는 각오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물러서선 안 된다. 학부모들도 시민감사관 제도에 적극 참여해 제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

사립 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지 못하면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렴한 원비와 양질의 교육이 담보된 국공립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로또’로 통한다.

현재 20% 수준인 국공립 유치원을 40%로 늘리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사립 유치원 단체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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