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유치원 원장들의 ‘공짜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유치원 원장들의 ‘공짜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8.11.06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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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공공성)의 개념이 숨어 있는데, 마을에 우물이 생기면 우물 주변의 여러 사람들은 물을 편리하게 전보다 쉽게 마실 수 있고, 우물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혜택을 본다. 그런데 정작 우물을 얻으려고 땅을 파는 사람은 그 마을에 사는 가장 목마른 몇 사람인데 혜택은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우물은 공공재의 특성을 가졌기 떄문이다.

공공재의 특성이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각자의 소비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공동의 이익을 구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물을 파도 아무도 우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반대로 누군가 파 놓은 우물을 많은 사람들이 맘대로 사용한다면 아무도 힘들여 우물을 파려고 하지 않는다. 속담처럼 사람들은 목마른 누군가가 우물을 팔 때까지 서로 눈치만 보고 기다린다. 이런 행동을 경제학에선 ‘무임승차 한다’라고 한다. 공공의 특성을 가진 형태나 서비스를 아무런 대가없이 사용하려는 행동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공공재는 그 성격상 경쟁적 시장을 통해서 조달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그러한 공공재를 공급해서 수지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사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공공재를 통한 이익의 기대가 어렵거나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재의 경우엔 정부가 그 공급을 담당해야 한다. 결국 공공재의 성격을 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유익한 제도나 서비스는 정부가 감당해야만 한다. 특히나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잘못된 관행과 운영 행태로 온 나라가 뜨겁게 들끓고 있다. 유치원 관계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예산의 집행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었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운영이나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공성인 교육을 서비스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방치하진 않았나 생각도 든다. 지금부터라도 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모든 유아에 대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야 한다.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담보함은 물론 유아 교육에 대한 공공의 책임 확대와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이 우물을 파고 돈을 받고 물을 공급하기 보단, 정부가 우물을 파고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성의 기준으로 공급하여야 한다. 유아를 둔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불신과 영향이 저 출산에 또 다시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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