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내기가 바라본 '영웅'들
[기고] 새내기가 바라본 '영웅'들
공주소방서 이재호
  • 길상훈 기자
  • 승인 2018.11.07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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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소방서 신입생, 이재호
공주소방서 이재호

"당신은 히어로물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영화 안에서 다양한 영웅들이 시민을 구하고 지킨다"는 뜻은 아시죠, 하지만 그것은 영화일 뿐!! 현실에는 날아다니고 떨어지는 구조물을 막아내며 사람을 구하는 사람, 곧 우리들의 소방관 영웅처럼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영웅’ 이란 것은 이 세상에 없을까? 영화처럼 날진 못하드라도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남들이 도망치는 곳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바로 소방관 우리가 아닌지 일컬으고 싶다.

소방관들은 영웅처럼 위기의 순간 나타나 사람을 구하고 생명을 살린다. 공주소방서 실습 둘째 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심정지 환자 구급 출동을 나간 적이 있다. 노령의 남성이었고 구급차가 문을 닫고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가족들은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짐을 토해낸다.

그러면서 빼놓지 않은 부탁도 겸한다. 그분들에게는 우리가 유일한 희망이자, 우리가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그 부탁을 받는 사람에는 나도 포함됐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실습생 일 뿐!1 인데 말이다. 다행히 그 환자분은 소생하셨다. 우리는 요구조자와 그 가족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여기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년생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봤을 때는 다 똑같은 소방관이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무능하고 나약한 소방관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소방관은 다 해결할 수 있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빼놓을 수 가 없다.

뒤이어 영웅이란 두체가 재연된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 흙집을 공사하다 사람이 매몰된 사건이 발생됐다. 요구조자의 머리는 빠져나와 있고 목 아래로만 깔려 불행 중 다행히 요구조자가 의식이 남아 있어 구조가 됐다. 발빠른 병원 후송도 마쳤다. 새내기가 본 베테랑 선배들의 손놀림은 거침없이 휘둥거려졌다. 신속하기도 했다. 필요한 곳 필요한때에 필요한 장비를 사용, 위험성이 적은 방법으로 구조 활동을 펼쳤다.

처음 현장 도착해서 차량에서 장비를 꺼낼 때도 막힘없이 나에게 쥐어 주던 많은 선배님, 나도 그 선배들 처럼 되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선뜻 되살아난다. 그러려면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생각이 잠긴다.

나에게 이 출동은 매우 의미가 크다. 내가 소방관이 된 것이 더욱 뿌듯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런데 모두에게만 영웅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매몰구조를 다녀온 날 오후 5시, 문 개방 출동을 나갔을 때 고성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한 일이 생각난다. 오전과는 정반대이다. 하지만 그들도 매우 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라 태도는 달라질 수도 있을까 싶다.

영화이더라도 매일 날아다니고 사람만 구하러 다니는 게 아니다. 현실에도 상황은 똑같다. 영화에서 영웅들은 악당을 어떻게 막고 제지하는지 궁금증이 재연된다. 실전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도 우리에 목표다. 현실에서도 똑같다. 매일 구급 출동을 나가고 불만 끄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류도 작성하는 업무에 즈음한다. 시민들에게 화재 예방, 대처 교육도 함께 벌인다. 평가도 한다, 훈련에 대비도 한다, 각종 회의도 여념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장 출동에 불끈 나서는 우리들의 영웅, 소방관은 절대 감각을 잃지 않는 곧 영웅이다.

학교에서 별 생각 없이 했던 공기통 충전도 여기서는 그토록 영웅이 될까!! 출동이 없어도 모두 가 컴퓨터에 집중해 화재와의 불씨를 연실 체크하는 몸 동작이 쉴틈 없이 전쟁을 치른다. 내가 발령받는 그날 문서 작성이 능숙할 까도 걱정이 크다.

나에 2주간 실습만으로도 벌써 A4 용지 한 장을 채울 정도다. 그래서 느끼는 것도 많으면서 흥미도 절로 났다. 더 많은 출동을 나가고 싶다. 내가 과연 무얼을 할지에 대한 의무, 자문도 빼놓을 수가 없다. 정식발령을 받고 현장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현장 체험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손꼽아 기대하며 '그날의 영웅'에 힘찬 출발을 위한 노력에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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