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 다양한 이슈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매일 한 명씩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내린 냉험한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쇄신의 과정 쉽지 않고, 또 아직은 미완의 단계여서 걱정과 우려가 큰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발전과 민생을 살리고자 하는 진심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대전시당 역시 중앙당의 혁신작업에 보조를 맞추며 시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 정책적 제안과 보완적 역할을 통해 지역발전과 시민들의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더 뛰고 땀흘리겠습니다.”
육동일 자유한국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충남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 혁신과 대전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 전문가로 주로 정부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뒷받침해 온 육 위원장은 지난달 5일 대전시당 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현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에 도전한 바는 있지만, 당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한 육 위원장을 만나 당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어려운 시기 시당위원장을 맡았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당위원장을 맡게 됐고, 한 달간 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보니 정말 많은 시간 흐른 것 같다. 그동안 지역 내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당 내외 상황을 파악하는 중에 최근 당협위원장 당무감사까지 진행되다 보니 정신이 없다. 결론적으로 당이 어렵고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일단 언론간담회, 정책간담회, 당내 워크숍 등 차곡차곡 진행하면서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시민들의 기대감과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시당위원장이란 자리를 선뜻 수락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유성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사실 시당위원장까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와 자문을 들으면서 이 국면을 돌파하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내가 가진 것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바치는 것도 당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대전을 바꿔야 한다는 오랜 사명감도 한몫했다. 현역 의원처럼 중앙 네트워크와 위상이 높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실정치 개입하지 않은 입장에서 당을 개혁하는데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취임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어떤 점에 주안을 두었나.
그동안 시당이 해야 할 역할들이 많이 축소되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모습이 안 보이고, 현안 이슈에 대한 메시지와 의견을 안 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선거참패 후 분위기도 많이 침체됐다. 이런 측면에서 당의 활력과 청년·여성 등 새로운 피 수혈, 현역 지방의원들을 당내 위원회로 끌어들여 힘을 키우는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종전보다 규모가 커졌고 참여도 늘고 있다.
-시정과 구정을 견제하는 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 당이 소수고 야당이다 보니 시·구의원들이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원끼리 한목소리로 정책을 공유하고 동참하며, 시당도 이를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시·구의회 간담회를 진행했고, 팀워크를 다지는 차원에서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의원 개인만의 활동으로는 어려울 수 있어 전 시의원과 전문가 그룹을 묶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책적 보좌를 지원하려고 한다. 시당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시정과 구정에 대한 건강한 비판·견제기능을 회복하도록 하겠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말도 있듯이, 한국당과 민주당에 대한 정확한 장단점 분석이 선행돼야 당을 이끌어가는 전략이 수립될 것 같다.
우리 당은 지난 정권 10년간 실정이 많이 있었다. 국민적 실망이 컸고, 선거로도 심판을 받았다. 또한 보수로서의 가치가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안보, 반공, 성장에 몰두하며 변화를 꾀하지 못한 채 외면을 받고 말았다.
반대로 민주당은 국민들이 원하는 평화, 인권, 환경 문제에 집중하며 가치를 제시해 공감대 형성과 시민교류, 시민단체를 통해 영역을 넓혔다. 특히 청년, 여성이 공감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전 정권의 실망이 민주당 기대와 가치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다가 남북평화 분위기와 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보정권은 기대감과 지지는 높지만 가치실현과 국정운영 능력, 성적표는 기대 못 미친다. 특히 경제문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서민에게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 오히려 경제는 더 어렵고 청년들도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남북관계도 기본적으로 평화로 가야지만 미·중·일 관계가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지금 실제 지지도 많이 떨어졌지만, 기대감에 거품이 빠지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대신 그 실망이 우리 당으로 넘어왔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우리는 아직 개혁 중이고, 어떤 결과 낼지 관망하는 중이다. 국민들이 ‘변했구나, 비전이 있구나’를 체감할 때 안심하고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양당이 모두 어려운 국면이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작업, 제대로 가고 있나.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당이 친박, 비박, 탈당파, 잔류파로 나뉘면서 워낙 딜레마에 놓여있다. 어찌됐든 개혁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데 상충되는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다. 김병준호가 나름 새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며 새 출발을 시작했고, 분열과 갈등을 잠재우며 당 개혁과 보수 대통합을 이루어갈 것으로 믿는다. 다만 당 개혁을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내놔야 하고, 그래야만 당원들과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들도 이를 수용하고 당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시장위원장 맡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가는 것이다. 대전발전과 지방자치 발전, 이것이 바로 교수로서 노력했던 부분이고, 내가 정치를 하는 최종 목적이다. 평생 학문을 통해 일궈온 부분은 성공적인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제 교수로서 하지 못했던, 제약이 있던 부분들을 정치를 통해 꼭 성공시키고 싶다. 사실 그동안 대전시장을 위해 일관되고 노력해왔는데 다가오는 총선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받아줄지, 또 잘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일단 시당위원장으로 최선 다하며, 대전발전과 지방자치 발전을 이루는 일에 최선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시민과 당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실망이 많았지만 우리 당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어린 비판, 성원을 부탁드린다. 그러기 위해 당 개혁작업에 내실을 기하고 시민들이 원하고 필요한 부분을 먼저 찾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낮은 자세로 봉사할 것이다. 앞으로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당원동지들 역시 많이 침체되고 어려움이 있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하나가 돼 당을 재건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길에 동참해주시길 당부드린다. 그 길에 대전시당이 앞장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