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계,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사설] 교육계,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1.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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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를 떠들썩했던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을 계기로 학교가 비상이 걸렸다. 이 사건에 관련된 교무부장은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아버지가 정말 시험지를 훔쳐 딸에게 주었는지의 의문은 교육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아버지도, 딸들도 한사코 범행을 부인했다. 두 학생도 학교에 자퇴신청을 한 상태다. 법원은 범죄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정황증거는 18가지나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결백하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엄청난 마녀 사냥을 하고 있어 법정에서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까짓 고등학교 중간, 기말고사가 뭐고, 대학입시가 뭐길래 인간 존재를 파괴하면서까지 이런 사건이 일어날까?

이같은 문재를 일으킨 ‘찐짜 괴물’은 한국 교육과 학교 교실이다. 학생들을 일일이 줄 세워 1~9등급 점수를 매긴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 4~11% 등 비율을 정해놓고 학생끼리 피 말리는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게 교육계의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10년 가까이 됐다. 남녀 공학에선 내신 밑자락을 남학생이 깔아준다고 한다. 그걸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들은 교실이 잠자는 곳이 된 지 오래다. 교사에 대한 비위를 맞추는 것도 문제다.

결석한 학생의 학생부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적은 교사들이 최근 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교육자 비리는 특히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번 봐주면 그 피해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달달 외워 1점 차이라도 상대방을 눌러야 자신이 올라서게 되는 입시 제도에 손 볼 때가 됐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인식과 문화도 바꿔져야 한다.

대학진학이 인생을 좌우하는 대학 입시 문화를 바꾸고 평가에 대한 신뢰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 개혁만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교육과 입시개혁도 적폐청산 차원에서 함께 고쳐가야 한다.

비단 교육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교육계가 또 망가졌다. 교사 집단을 못 믿을 사람들로 만들었다. 학부모 사이에선 그 교사만 그랬겠나, 그 학교만 그랬겠나 하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교단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 같아 교단의 신뢰 회복 없이는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 1차적 치유책은 공정한 내신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다. 전수조사, 학교생활기록부 개편, 교사·자녀 상피제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한다. 교육계에서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 교원단체들은 납득할 만한 신뢰 회복 조치를 강구하고 학교마다 충실히 실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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