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준공까지 투명하게… 내 땅에 집 짓기 어렵지 않아요”
“설계부터 준공까지 투명하게… 내 땅에 집 짓기 어렵지 않아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6] ‘국내 첫 건축 플랫폼 업체’ 한성열 하우빌드 대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8.1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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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하우빌드 대표

[충남일보 이호영 기자]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반인들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건축 분야다.

일단 건축을 하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땅이 용도에 맞는지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법리검토부터 시작해 설계, 허가, 시공사 선정, 감리, 준공 등 거쳐야 할 단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건축은 자재나 방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괜찮은(?) 설계·시공사를 만나는 것도 운이라고 할 정도니,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덜컥 겁부터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건축시장에 국내 처음으로 건축주와 설계·시공사를 직접 연결해 투명하고 합리적 가격 책정과 공사관리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바로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하우빌드(http://www.howbuild.com)’ 이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30대 초반 아이디어와 열정 하나로 사업에 뛰어든 한성열(47),  이승기(47) 대표의 작품. 플랫폼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다 보니 초반엔 시스템 구축과 홍보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가주택 및 전원주택 등 ‘개인건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하나 둘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전국 각지 약 500개의 공사관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엔 60개·700억 원 규모 관리실적을 거뒀다. 관련 특허도 3개나 가지고 있으며, 2009년엔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중소기업상도 받은 바 있다.

건축 설계부터 공사관리, 준공까지 통합 매니지먼트

“건축을 시작하려면 설계를 맡기고 견적을 받아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사실 일반인이나 중소회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편한 대로 ‘어디 아는 곳 없느냐’고 지인들을 총동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고 비용도 얼마가 적정한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한 뒤 전산 네트워크 전문가로 활동하던 한 대표와 건축업을 하고 있던 친구 이 대표는 어느 날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시스템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로 의기투합해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렇게 10여 년을 노력해 지금의 건축 플랫폼을 완성했다. 온라인을 통해 건축주와 설계사, 시공사를 연결하는 이른바 ‘공개입찰’ 방식이다.

건축주가 하우빌드와의 상담을 통해 적정 설계비를 제시하면 관심이 있는 설계사들이 포트폴리오와 함께 신청을 하고, 이 중 건축주가 원하는 수 만큼(보통은 3~4개를 고른다)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설계사를 지명해 설계를 의뢰한 뒤 결과물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건축물 규모나 설계비 총액과 관계없이 한 회사당 55만 원의 기획설계비 내면 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다양한 설계안을 받아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어 최종 선택된 설계안에 대해 하우빌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면 관심이 있는 시공사가 적정 가격을 써내고, 이에 대해 건축주는 가장 합리적 가격을 고르면 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보통 하우빌드를 통해 진행되는 설계·시공사 선정과정 각각 20개 가까운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기 때문에 담합이나 거품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설계사나 시공사 입장에서도 구태여 일감을 따내기 위해 홍보·로비를 진행할 필요가 없고, 공사비를 부풀리지 않아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원가 수준에서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공사관리시스템과 공사대금안전관리시스템

하우빌드가 자랑하는 또 다른 특별한 서비스는 공사관리시스템과 공사대금안전관리서비스에 있다.

공사관리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시공과정 건축주를 대신해 하우빌드가 공사 전 과정을 관리·감독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도면과 수량산출서, 공내역서 세 가지가 주어지는데, 도면은 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수량산출서는 자재수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내역서는 노무·경비 할증량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주는 이 세 가지를 통해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를 매일매일 확인한 뒤 이행 여부에 따라 단계별로 공사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상세하고 투명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우빌드는 이를 위해 건축주를 대상으로 미리 공사관리시스템교육을 제공하며, 준공검사도 대행해주고 있다. 일종의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필요한 비용은 110만 원이 전부다.

이어 공사대금안전관리시스템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마음대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로, 시공사는 어떤 시공을 했는지 매일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달에 한 번 건축주에게 자금을 요청해야 한다.

2014년 우리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은행에 위탁해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불하는 일종의 후불방식이다. 건축주는 안전하게 공사비를 관리할 수 있고, 시공사 역시 제때제때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시공사는 보통 공사를 진행하며 분야별로 하도급을 주게 되는데, 하도급업체에 먼저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시공사는 이 돈을 찾아갈 수 없기 때문에 건축주와 하도급업체 간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원천 차단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6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하는 ‘집주인 임대주택사업’, 2018년엔 SH(서울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에 공사관리서비스 소프트웨어 용역을 따내면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한 대표는 “건축을 하다 보면 시공사가 일부러 도면 잘못을 이유로 설계변경을 요구하거나 공사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공사비를 계속 올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사관리시스템과 공사대금안전관시시스템을 도입한 이후로는 이러한 폐단이 사라지고, 건축주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도 AI시대… 차곡차곡 쌓은 빅데이터 바탕 건물생애관리시스템 도전”

“건축 플랫폼이란 말도 없던 시기에 시장을 만들어가며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크게 만족해하고, ‘이런 업체 진작 알았으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하는 건축주들도 만나면서 보다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습니다.”

15년 한 우물을 파 온 한 대표에게 건축 플랫폼은 이제 인생을 건 목표가 됐다. 그동안 시스템도 많이 개선됐고, 한 단계 한 단계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공사를 진행하며 쌓은 다양한 업체·건물 정보를 빅테이터와 해서 인공지능(AI)으로 움직이는 건물생애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도 생겼다.

“건축은 건축주와 설계사, 시공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종합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서로가 제대로 일하고 대가를 받아가는 투명한 시스템이 안착돼야 합니다. 서로가 위험부담을 줄이면 공사비를 높일 이유도, 줄일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향해 내일도 한 걸음 한걸음 꾸준히 달려갈 생각입니다.”

한 대표를 비롯해 하우빌드 12명의 직원들이 오늘도 각자의 분야에서 땀흘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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