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수역 폭행사건, 남녀갈등 확산 안 돼
[사설] 이수역 폭행사건, 남녀갈등 확산 안 돼
  • 충남일보
  • 승인 2018.11.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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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남녀 간 폭행 사건이 단순히 술자리에서 벌어진 다툼에서 나아가 남녀간 성 대결로 번지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봄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여성들의 대규모 집회가 잇달아 열리고, 이에 대해 남성들이 반발하는 등 남녀 갈등이 표출된 가운데 또다시 남녀가 대립하는 일이 벌어져 우려스럽다.

이 사건은 새벽 주점에서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몸싸움을 벌인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이들을 쌍방 폭행혐의로 입건해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사건 당사자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남성들이 시비를 걸었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이것이 여성혐오로 받아들여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남성을 처벌하라는 서명이 30만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며 시비를 걸고 먼저 폭행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나뉘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은 초기 수사상황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끝날 일이 남녀 간 성 대결 구도로 비화한 이유는 그만큼 남녀 모두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극우 사이트나 남성 혐오 사이트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 간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심한 경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재작년 발생한 서울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은 극단적인 경우이다.

당시 범죄를 저지른 남성은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성 혐오가 범죄의 동기가 아니라 조현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강남 일대에서는 여혐 범죄를 규탄하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벌어진 미투 운동도 영향을 끼쳤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당시 경찰이 가해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편파적으로 수사했다며 수만 명의 여성이 여러 차례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표출되는 남녀 간 증오와 혐오는 개별 사안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쌓인 피해의식, 공포가 조금의 자극이 있으면 바로 튀어나온다. 여성이 차별받는 가부장적 문화, 사회 변화, 효과적이지 못한 청소년 교육, 어려운 경제 사정, 취업난 등 여러 요인들이 축적돼 서로가 서로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오프라인상의 혐오 발언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며 감정을 격화시킨다. 이래서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우선 서로를 매도하는 집단적 혐오 표출은 사라져야 한다. 남녀 간 다툼을 무턱대고 성 대결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성 평등 의식이 자리 잡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남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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