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처음이죠?… 함께 고민하고 나눠요"
"엄마는 처음이죠?… 함께 고민하고 나눠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15] 인성교육 엄마모임 ‘맘소울’ 김혜정·김소라 전·현직 회장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11.29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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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 다양한 이슈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매일 한 명씩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혜정(왼쪽) 전 회장, 김소라 회장.
김혜정(왼쪽) 전 회장, 김소라 회장.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처음 가져보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구나 자녀를 밝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엄마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누구보다도 나를 걱정해주고 나의 편이 돼줄 사람은 누구도 아닌 가족이 먼저 떠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의 외로움과 서러움은 평생 상처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 온 가족의 인성교육을 자처한 엄마들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각 가정과 동네 커피숍에서 모임을 열고 한가지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모임 '맘소울'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맘소울'은 엄마의 'Mom'과 한자어 '소울(疏鬱)'의 합성어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답답하고 응어리진 마음을 확 풀어헤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2016년 9월 엄마 6명이 육아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만든 모임은 이제 13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인성교육을 펼치고 있다.

'맘소울'의 전 현직 회장 두 명을 지난 11월 23일 대전 서구 카페이브릭스에서 만났다. 이 곳은 맘소울 회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맘소울의 모임 장소이기도 하다. 이들이 생각하는 '소통과 공감' 이야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맘소울 회원들과의 '수다'를 옮겨 적었다.

 

‘엄마는 처음이라…’

엄마들은 혼자 고민했다. 자녀와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 고부 갈등 등 혼자 끌어안고 끙끙 앓았다.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행복한 가정이기에 쉽게 속마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혼자 짊어지고 가기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결국 마음에 병이 들어 다시 그 병은 가족에게 돌아가고 온 가족이 상처만 갖게 됐다.

엄마들은 행복해지기로 했다. 혼자 고민하지 않고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줬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각 가정과 동네 커피숍에서 모임을 열고 하나의 주제를 정해 직접 사회도 보고 토론도 한다. 엄마들은 모두 처음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갖고 있어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 않았다.

최근까지 맘소울을 이끈 김혜정 전 회장은 "엄마도 교육이 필요하다. 엄마라는 길은 처음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만 아이를 대하고 애착만 가지면 안 된다"며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이 객관화됐다. 아이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웃기 위한 노력

엄마들의 마음의 변화는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내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 가족 문제에 대한 의식이 생겼고 이는 실천으로 옮겨졌다.

먼저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성구 평생학습 동아리 '맘소울'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들의 마음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청소년, 학부모, 부부, 조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공감토크, 외부강사 초빙 강연, 생생한 일상을 소재로 한 상황극 공연 등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특히 상황극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웃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녀와 엄마의 일상을 상황극으로 꾸몄는데 생각보다 엄마들에게 감동이 컸던 모양이다.

김소라 회장은 “상황극을 연기한 초기 회원 6명은 자녀교육에 실패한 마음에 상처가 날 대로 난 사람들이었다. 상황극을 기획하고 연습하면서 ‘우리 아이를 왜 이렇게 대했던 거야’하며 서로 울며 반성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연기 수업도 받은 적 없는 어설픈 엄마들이 만들고 연기한 상황극이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동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맘소울은 순수한 엄마들의 모임인 만큼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  홍보 등의 업무는 엄마들이 도맡아 한다. 전단을 들고 발품을 팔아가며 홍보를 한다.

그런데 포스터나 전단을 보고 들어오는 사전접수가 꽤 많다고 한다. 홍보가 쉽지 않아 지인들의 소개로 많이 올법한데, 특히 아빠들의 문의가 많다고 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소라 회장은 “전단에 있는 부부 공감 토크 ‘당신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주제만 보고 전화해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냐’ 묻는 아빠들이 많다. 이런 문의를 받을 때면 '이분들 정말 힘드셨구나' 하는 맘이 들어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며 “지역사회에 지속해서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엄마의 마음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전 회장은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정말 별로다. 같이 있을 때 강하다”며 “맘소울 모임의 규모가 커지기보단 실제로 엄마들의 각자 마을에서 연대가 넓어져 좋은 영향이 많은 가정에 끼치질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송촌컨벤션센터서 진행한 조부모 인성교육.
지난해 10월 26일 송촌컨벤션센터서 진행한 조부모 인성교육.

 

인성교육 후기

오늘 저녁 집에 가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상형을 버리고 실제 남편을 봐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맘에 와닿았습니다. 감동적인 상황극과 강연 좋았습니다.(박** 대전 오정동)

감동이 밀려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하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런 짧은 말 한마디를 너무 안하고 살았는데 이젠 조금씩 해보려고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이** 당진)

황혼 이혼한 할머니로 진즉 이 강연을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젊은 부부가 꼭 들어야 할 강연을 해주신 강사님께 감사함을 보냅니다.(김** 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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