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단] 정치인, 그리고 탈당의 변
[화요논단] 정치인, 그리고 탈당의 변
  • 권선택 의원 【 한국지식정보기술 학회장 】
  • 승인 2007.03.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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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빅3 중 한 사람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마침내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 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같은 정치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다소 뜻밖이다. 손 전 지사가 지난주부터 탈당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는 해도, 정당정치가 중심인 한국정치 현실에서 유력 정치인이 탈당을 결행하는 것이 왠만한 결심으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력 정치인의 탈당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 예를 들자면 탈당이 아니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갈등 내지는 탈당을 하더라도 권력쟁취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이 있어야 하는 만큼, ‘경선불참’을 선언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까 내심 예상했었다.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도 “설마 탈당까지야 하겠느냐”는 것이 중론이었음을 상기할 때, 필자나 정치권 모두 손 전 지사에게 보기 좋게 한방 얻어맞은 셈인데, 문제는 이러한 손 전 지사의 의외(?)의 선택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주몽이 대소, 영포와의 패자 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가 지금 내가 한나라를 떠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며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세력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던질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소 장황하지만, 손 전 지사의 탈당의 변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수구 냉전세력인 한나라당의 경선에 더 이상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선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극히 대조적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내심 기다리고 있던 구 여권은 ‘역사적 결단’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장고 끝에 악수’라는 짧막한 촌평으로 그의 탈당선언을 폄하하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의 측근들은 앞으로 그가 중도개혁성향의 ‘제3지대 정치 세력’을 규합해 궁극적으로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한다.
손 전 지사는 탈당 기자회견의 마지막 대목에서 “정권교체가 돼야 하나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안 된다. 그것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더욱 안 된다”면서 “새 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 정치질서를 창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국민들이 손 전 지사의 주장에 손을 높이 들어줄 지, 아니면 냉엄한 심판을 내릴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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