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익숙해서 지나치는 정말 소중한 것들
[양형주 칼럼] 익숙해서 지나치는 정말 소중한 것들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12.0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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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는 수명이 2000년, 길게는 4000년까지 산다.

이 나무는 다 자라면 높이가 20m, 둘레가 40m에 이른다. 성인 12~14명이 두 팔로 감싸야 할 정도로 크다.

생택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도 등장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씨앗이 별에 싹을 내리기 전에 뽑아버려야 하는 공공의 적이다. 바오밥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 자칫 별이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산산조각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바오밥나무는 아낌없이 평생 동안 나누어주는 친구다. 나무껍질은 밧줄과 낚싯줄로 쓰인다. 또 열매가 맺히면 열매를 따서 과육을 빻아서 둥글납작하게 펴서 말리면 몇 년씩 저장이 가능한 비상식량이 된다.

그런데 이 열매를 먹기가 처음에는 참 쉽지 않다. 가까이 가면 은행 냄새의 몇 배나 되는 아주 강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재래식 화장실 냄새가 난다.
그런데 최근 학자들이 이 바오밥나무 열매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비타민C는 오렌지보다 여섯 배가 많았고, 칼슘은 우유의 두 배나 많이 들어있었다.
거기에 비타민A·B, 인, 철분까지 가득 있었다.

게다가 열매 속 씨 안에는 단백질이 가득하고, 잎새 역시 무기질 덩어리였다.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소박한 먹거리가 알고 보니 최고의 수퍼푸드였던 것이다.

이런 놀라운 식품이 곁에 있었는데 왜 그동안은 잘 모르고 있었을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바오밥나무가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늘 흔하게 있었고, 게다가 냄새도 고약하니 이것을 수퍼푸드로 생각하기가 참 어려웠다.

선입견들이 쌓이다 보면 이것은 이 지역의 지배적인 견해가 되고, 이 지역에 살다 보면 지배적인 견해에 붙들려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2018년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정신없이 익숙한 일상을 살아오면서 혹시 소중한 것을 잊고 지낸 것은 없는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 소중한 선물, 소중한 기회, 소중한 은혜인데, 이런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올 한 해가 지나가기 전 잠시 멈추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내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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