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다수의 힘, 정치후원금
소액다수의 힘, 정치후원금
  • 이영철 대전 동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승인 2018.12.04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철 대전 동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1955년 미국 남부 몽고메리시에서 백화점 재봉사로 일하던 흑인 여성 로사 파크스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질서교란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그녀의 체포는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를 바꿔놓을 엄청난 사건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분노한 흑인사회는 당시 26세의 침례교회 목사 마틴 루터 킹을 구심점으로 그녀의 부당한 체포에 항거하고, 불합리한 인종차별의 철폐를 외치며 ‘버스 안 타기 운동’을 전개한다. 흑인들은 버스 타기를 거부하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말을 타고 다니며 시위했고, 먼 거리는 카풀(carpool)을 이용하며 동참했다.

이에 기득권인 백인들은 불법승차 등을 핑계로 그들을 탄압했고, 잔인한 폭력을 동반한 협박과 테러를 일삼으며 그들을 짓밟으려 했지만 흑인들은 당장의 불편함보다는 자신의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를 원했다. 그들은 억압과 폭력 앞에서도 비폭력으로 당당히 맞섰고, 100%에 가까운 흑인들이 동참한 ‘버스 안 타기 운동’은 381일간이나 지속됐다. 결국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인종차별의 벽은 서서히 허물어진다.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는 크게 ‘버스 안 타기 운동’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1800년대 목화 재배를 위해 미국으로 납치당한 그들은 1865년 링컨의 노예제도 폐지안(수정헌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차별과 빈곤의 삶을 살았다. 이후 1·2차 세계대전 중 전쟁에 참전하거나 군수공장의 노동자로 활동하면서 비로소 경제권을 가질 수 있었고 도덕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교회라는 조직력도 갖춰나갔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당시 ‘버스 안 타기 운동’을 지휘했던 침례교회 목사 마틴 루터 킹은 흑인 민권 신장을 위해서는 폭력이 아닌 경제적 자립을 바탕으로 구매력과 조직력 갖춘 계속적인 실천운동을 강조했고, 이는 ‘버스 안 타기 운동’에 잘 나타난다. 당시 몽고메리시 버스 이용객의 80%는 흑인이었고, 이 운동으로 1년여간 텅 빈 버스를 운행해야 했던 버스회사는 엄청난 재정난에 시달렸다. 또한 인종차별 정책을 시행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파업과 조직적 불매운동은 지역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력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사회에서 기득권인 백인들로부터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었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과거 왕정시대의 권력은 세습적 혈통에서 발생했다. 반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은 경제권에서 파생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수 기득권만 누리던 혜택을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인이 정치활동을 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자금이라는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 정치인이 소수 기득권의 자본에 귀속되어 그들과 결탁한다면, 그들의 입맛에만 맞는 법안상정과 특혜제공으로 이어져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소수 기득권의 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가 바로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기탁금)제도이다. 정치후원금센터(http://www.give.go.kr)에 접속하면 계좌이체,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으며 정치후원금 기부 시 10만 원까지는 전액을, 1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일정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치후원금제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려는 개인으로부터 기탁금을 받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지급하는 제도이다. 기부하는 자와 기부받는 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민주정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려는데 의의가 있다. 소액다수의 힘,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될 정치후원금 생활화에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