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베스트셀러 키워드 '토닥토닥'
2018 베스트셀러 키워드 '토닥토닥'
교보문고,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연간 종합 1위 차지
  • 이지수 기자
  • 승인 2018.12.0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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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이지수 기자]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차지했다. 지난 해 '언어의 온도'가 연중 내내 1위를 질주하는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월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보이면서 연간 종합 베스트 1위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또한 연간 종합 베스트 10위권에는 2위 '모든 순간이 너였다', 3위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6위 '언어의 온도', 7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는 책이 절반 이상(6종)을 차지했다.

올 한 해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책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정서적 공통분모를 모아 교보문고에서는 2018년 베스트셀러 키워드로 ‘토닥토닥’을 선정했다. 백 마디의 말보다 내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해주던 손길 하나가 더 큰 위안이 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책들의 인기 배경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만만치 않은 현실, 위로가 필요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배경으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캐릭터가 귀여우니까 10대와 20대 여성이 많이 샀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물론 이 연령대의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연령별/성별 베스트 상위도서 분석결과를 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전 연령대의 고른 사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좀처럼 열리기 어렵다는 40대와 50대 남성들의 지갑까지 열 게 만든 것은 그저 캐릭터가 귀여워서라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곰돌이 푸가 건네는 평이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 말에 세대와 성별을 넘어서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아무래도 그만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팍팍하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 한 기업인의 엽기적 갑질 행각은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정말 사는 것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등장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하반기에 돌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저자의 첫 출판물, 크라우드펀딩, 자비출판, 1인 출판사, 독립서점 유통 등 독특한 출판 이력을 모두 갖추면서 여러 가지 화제와 함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이어 연간 종합 7위로 올라섰다.

‘토닥토닥’ 대상의 시대별 변화

독서시장에서 ‘위로’ 코드의 강세는 경제가 어려운 시절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위로를 얻는 대상은 시대별로 조금씩 변화를 보여 눈길을 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뒤이은 대량 실직사태에는 ‘아버지’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존재였다.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상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당시 종합 2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열풍을 불렀다.

IMF 당시 ‘아버지’가 키워드였다면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2008년에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존재는 바로 ‘어머니’였다. 당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연말에 출간되며 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과 해소를 다뤄, 가정 안에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다음 해 ‘엄마 신드롬’으로 이어져 종합 1위를 기록했다.

IMF와 금융위기를 지나오며 힘든 시기에는 ‘가족’을 찾는 책들이 많았던 반면, 2018년 현재에는 ‘나’에 주목하고 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주고 단단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도서들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위로의 주체와 객체도 ‘나’라는 존재로 수렴되어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통계청이 2018년 9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1967만)의 28.6%로 2000년 15.5%에서 꾸준히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향후 독서시장에서도 ‘나’를 테마로 한 도서는 꾸준히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닥토닥’ 그 이후, 그래도 희망이다.

물이 절반 차있는 컵을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물이 반이나 비었군 하는 사람과 물이 반이나 차있네 라고 느끼는 사람이다. 한국사람들은 어느 쪽일까?

한국인의 심리를 분석한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유독 ‘비현실적 낙관성’ 지표가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비현실적 낙관성이란 인간은 자신에게 좋은 일은 객관적인 확률보다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 믿고, 나쁜 일은 실제 일어날 확률보다 덜 일어날 거라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지표가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 속에는 미래를 밝게 보는 긍정적 DNA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이다.

2018년 베스트셀러 1위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사실에서 비록 지금 현실은 좀 어렵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그리고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희망을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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