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눈이 내린다- 심사정 '삼일포'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눈이 내린다- 심사정 '삼일포'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8.12.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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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간송미술관]

[김기옥 사유담 이사] 그림 속에서 눈이 내린다. 펑펑 내려서 내일은 삼일포가 새하얀 옷을 입게 생겼다.

동해안을 타고 금강산을 가려하면 꼭 들러야하는 고성의 삼일포였다. 너무나 아름다워 영랑, 술랑, 안상, 남석행이 그냥 지나지 못하고 삼일을 머물렀다하여 삼일포가 되었다.

때는 신라시대 배우고 익히는 화랑들이 살던 시절이었다. 그곳에 심사정이 갔다. 내가 아끼는 심사정은 역적집안이어서 과거는 커녕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다. 수없이 그려야 겨우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붓질이 이어졌고 변변치 않은 도구를 이겨내고 그림이 익었다. 심사정의 그 온화한 그윽함은 당대 따라올 자가 없었다.

심사정의 묘지명을 한번 보자. 묘지명은 떠난 자의 온 생애를 단 몇줄로 표현해야 하기에 쉽게 적어내지 않고 돌아간 후 어느 정도 기다린 후에 적게 된다. 혹시 관직이 추서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말년에 이르도록 근심과 걱정을 짊어지고 낙이라곤 없는 쓸쓸한 나날을 보낸

심각하다. 어떻게 저 상황에 그림을 그려낸 건 지 알 수가 없다. 놀라운 정신이고 기막힌 결과였다. 눈치가 없을 만큼 바른 소리만 뱉는 이덕무는 '겸재(정선)도 떠나고 관아재(조영석)도 떠나고 오로지 남은 천재는 현재 심사정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국수의 반열에 올랐으나 그래도 역적의 후손일 뿐이었다.

먹고사는데 바빠 북한산도 못올라 봤다는 심사정이 금강산에 가게 된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서 금강산에 가게되었던 듯 하다. 그리고 놀라워 했을 심사정의 눈과 심장은 그림으로 남았다.

왜 직접보며 사생하고 그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못 가서 화보를 보고 따라그릴 수 밖에 없었던 현재였다. 그러나 붓을 놓으면 놓은 날의 곱절로 굶어야 하는 생활형 화가였기에 사생하러 북한산도 못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다 금강산을 보고 내가 이렇게 큰 세상에서 겨우 먼지만하게 태어나 그림 좀 그린다 믿었으나 그림은 금강산의 경치에 비하면 낙서였구나 느꼈던 현재였다.

삼일포를 바라보던 그날 눈이 왔던 것일까? 조선회화에 저런 눈은 없다. 고요히 쌓여있거나 뿌옇게 내리는 중이지 저렇게 크리스마스 카드에나 찍을 땡땡이 눈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푸르른 하늘과 너무 조화로워 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조선선비는 가능하면 관념을 그리더라도 실사를 바탕으로 그린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심사정은 눈이 둥글지 않다는것도 알았을 뿐더러 저렇게 눈을 찍을 신박한 인물이 아니었다.

또 찬찬히 뜯어보고 자료를 찾아나간다.
찾지말 걸…. 잘 보면 가운데 실선을 두고 눈이 좌우대칭이다. 정확히 똑같다. 그림은 맞붙어 있었고 습했는지 곰팡이가 났다. 곰팡이도 심사정 그림에 반했는지 많이 안 까불고 자그맣고 예쁘게 동글하게 놀다갔다. 그렇게 눈 오는 삼일포가 만들어졌다.

간송미술관은 우연히 만들어진 눈이 내리는 삼일포를 그대로 두기로 한다. 우연이 때로는 필연보다 아름답다는걸 살아봐서 알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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